(서울=연합인포맥스) ○..한때 여의도 증권가에서 법인 브로커들은 자유로움의 상징이었다. 장 마감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시간적, 물적 제약 없이 영업에 나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전 까지의 일이다.

네트워크 관리가 생명인 법인 브로커들은 주로 장 마감 이후 사람들을 만나며 본격적인 '일'을 했다. 일의 범주에는 사람들을 만나서 접대하는 것이 꽤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법인 브로커의 주된 임무는 '관계' 맺기"라며 "페이퍼 작업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그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는 게 가장 큰 임무"라고 말했다.

덕분에 법인 브로커는 법인카드로 당당하게 술과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내 그룹 중 하나였다. 시장 사람들 사이에서는 법인 브로커를 두고 '회삿돈으로 놀면서 돈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잘나가던 법인 브로커들의 일상이 달라졌다.

주말이면 골프 접대를 제외하고 회사 일에서 자유로웠던 이들이 언젠가부터 출근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주말에 출근한 법인 브로커들은 고객들에게 전달할 투자 제안서나 투자 관련 자료를 만든다. 작은 '딜'이라도 성사시키기 위한 몸부림이다.

커피와 빵 등 간식거리를 배달하는 것도 주된 일과다. 금융투자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주말 출근이 늘어나자 법인 브로커들도 상대의 일정에 맞춰 주말을 반납하고 서비스를 하기 시작한 셈이다.

업무 관리도 강화됐다.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었던 법인 브로커들은 이제 상사에게 미팅 대상자를 보고하고 미팅 후 회사로 다시 들어와 성과 보고를 진행한다.

과거 '둘러대기 식' 눈속임이 통하는 시절은 지난 셈이다.

A증권사 법인브로커는 "과거에야 주말에 일하는 고객들이 없었기 때문에 쉬는게 당연했지만 지금은 시장과 함께 업계 사정도 달라졌다"며 "평일에 저녁 접대보다 주말에 간식 접대가 더 효과적일 때도 많아 브로커들의 일상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법인브로커는 "그야말로 회사 카드 긁으며 편하게 일하던 시절은 다 지나간 셈"이라며 "계약서 도장 찍어오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지금은 회사돈쓰고 눈치보는 형국"이라고 귀띔했다. (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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