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불경기일수록 기업들이 'M&A 스터디'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기황영 삼일회계법인 GCF(Global Corporate Finance) 본부장(전무)는 8일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M&A에 몸을 사리고 있는 국내 기업에 이같이 당부했다.

기 전무는 "'M&A를 위한 M&A'를 하지 않으려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업 인수전에 참여해 경험을 쌓으며 스터디를 해야한다"며 "대다수 국내 기업은 M&A 스터디에 들어가는 비용을 매몰비용이라고 여기지만 해외 기업은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일은 하나의 딜을 자문할 때도 십여 차례의 시뮬레이션을 해본다"며 "자문사로써는 힘든 작업이지만, 클라이언트는 피인수기업과 산업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할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기 전무는 매물로 나온 지 7년만인 지난 2월 동부그룹에 최종매각된 대우일렉트로닉스의 매각 자문을 맡았다.

그는 "대우일렉트로닉스에는 과거 대우그룹이 6조원가량을 쏟아부었던 만큼 해외 각지에 무형의 자산이 퍼져 있었다"며 "인적 네트워크나 현지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했음에도 컨트롤타워가 없어 제대로 활용도 안 됐고, 정확한 데이터도 확보가 안 됐었다"고 말했다.

기 전무는 "이 같은 불확실성 때문에 매각 자문을 하는데 어려움이 컸다"며 "인수자인 동부 측에 대우일렉트로닉스가 관리만 제대로 되면 무형 자산의 활용 가치가 크다는 점을 충분히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일이 단독 매각 자문을 맡아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기 전무는 미시간 주립대학 회계학과를 나와 동 대학 MBA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딜로이트 시카고 사무소에서 일하다가 1999년부터 삼일에 몸담았다.

현재 삼일의 기업금융 자문 조직에서 크로스보더 딜을 전담하는 GCF 본부를 이끌고 있다.

기 전무는 한보철강과 대한시멘트의 매각 자문을 각각 맡았으며, 쌍용자동차와 ㈜쌍용의 워크아웃 딜에서도 매각 자문을 맡는 등 굵직굵직한 딜을 다수 자문했다.

최근에는 홍콩 리앤펑(Li&Fung)그룹의 국내 유아복 전문업체인 서양네트웍스 인수 회계 자문을 맡기도 했다.

이 딜은 홍콩 전략적 투자자(SI)가 국내 기업을 인수하는 첫 번째 사례여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기 전무는 가장 기억에 남는 딜로 지난 2004년 우여곡절 끝에 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에 매각된 한보철강 딜을 꼽았다.

그는 "당시 유수의 해외 IB들이 한보철강의 매각을 시도했음에도 7년간 번번이 실패했었다"며 "한 때 우선협상대상자로 나섰던 AK 캐피탈이 자금조달 문제로 인수에 실패하자 주 채권단인 캠코에 이행보증금 반환소송을 제기하는 등 난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 전무는 "이러한 전력을 반면교사 삼아 삼일이 매각 자문을 맡았을 때는 인수 희망 업체들의 자금조달 능력을 심사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또, 과거 매각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 신속하게 딜을 처리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당시 삼일은 한보철강 매각 공고를 낸 지 6개월 만에 두 배의 가격으로 최종 매각하는 기염을 토했다.

주한 러시아 대사는 한보철강 매각 자문을 맡았던 삼일 측에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었다.

기 전무는 "당시 주한 러시아 대사가 면담을 요청해서 인수전에 참여했었던 러시아 기업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자세히 설명했었다"며 "대사가 투자설명서 등을 통해 한보철강에 대해 깊이 있게 파악하고 있었던 점이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우리나라 정부도 국내 기업이 크로스보더 딜에서 더욱 활약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삼일은 '프로덕트 챔피언십' 제도를 통해 회계감사와 경영, 재무 자문 등 서비스별로 특성에 맞는 전문 조직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M&A 재무 자문에서도 고객의 필요에 따라 재무와 회계, 세무 관련 서비스까지 제공해 종합적인 자문을 한다.

특히, 세계 최대의 재무 컨설팅 그룹인 PwC의 회원사로써 전 세계 158개국에 있는 18만여명 전문가들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는 점도 장점이다.

삼일 GCF 본부는 한 달에 한두 번씩 이들 글로벌 회원사들과 매물로 나온 기업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적합한 국내 기업에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삼일은 2011년 11월에는 IB 영역을 강화하려고 딜 리서치 센터(DRC)를 설립했다.

산업별 전문조직이 리서치를 하고, 이를 토대로 M&A 기회를 포착해 잠재적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기 전무는 "고객에게 '진정한 성공'을 안겨주는 것이 M&A 자문에 대한 신념"이라며 "딜을 통해 고객이 시장에서 경쟁사를 제치고 더욱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격과 거래조건을 맞춰야 한다"며 "대우일렉트로닉 딜에서처럼 끈기있는 협상으로 매각자와 매수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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