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 경제의 주변 여건이 심상치 않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커지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의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가 파격적 대책을 내놓음에 따라 엔저 현상도 가속도가 붙었다.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경기 회복 기대는 고용지표 실망으로 흐지부지 될 위험에 처했다. 우리도 대책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4월 15일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앞두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는 이르면 10일께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북한은 신형 장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를 동해로 이동시킨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외국공관에는 철수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 핵실험에 이어 4월 미사일 발사 우려 등으로 남북 간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금융시장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 시장은 물론 미국 증시도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이번 주는 북한 리스크가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안 잠잠했던 엔저 현상은 구로다의 첫 통화정책 회의와 함께 부활했다. 구로다 총재는 시장의 허를 찌르는 강력한 엔저 대책을 내놨다. 애초 시장에선 구로다 총재가 취임 후 첫 회의에선 속도조절을 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BOJ 내부를 설득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로다 총재는 이러한 시장의 심리를 간파한 듯 기습적인 엔저 바주카포를 쐈다. 이를 두고 2000년대 초중반 재무성 관료로 재직하던 시절 외환시장의 군기를 잡던 모습을 떠올리는 시장참가자들이 많다. 당시 구로다 재무관(차관급)의 시장개입은 강력했다. 투기세력은 끝까지 쫓아가서 응징했었다. 구로다는 당시 외환시장 참가자들과 호흡하면서 심리를 꿰뚫을 수 있는 통찰력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이런 모습은 바로 시장에 반영됐다. 달러당 93엔에 머물던 달러-엔은 97.50엔까지 올라갔다. 달러-엔은 조만간 100엔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구로다가 앞으로도 '엔저 돌격대' 역할을 충실히 하게 되면 원고엔저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에는 대형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주말 나온 미국의 월간 고용지표는 실망스러웠다. 경제회복을 희망하던 참가자들에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월 월간 취업자수는 8만8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만명 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 경제의 핵심인 고용이 회복하지 못한다면 경기회복은 일장춘몽으로 끝날 게 뻔하다. 고용부진은 소비 저하로 이어지고 기업실적 저조로 이어진다. 새해 초 경기회복 찬가를 부르다가 중반부터 고개서 숙인 최근 2~3년의 전례를 그대로 따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기업들은 이번 주부터 실적을 발표한다. 경기회복 기대가 실물경제에 어떻게 투영됐는지 확인할 좋은 기회다. 일부 조사에 따르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 편입 종목의 실적은 1년 전보다 1.6%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 1월의 전망치(4.3%)보다 낮은 것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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