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고립무원이다. 경제부총리가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하게 제시한 데 이어 여당 원내대표,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나서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서울 채권시장까지 이에 편승해 국고채 3년물 금리를 기준금리보다 무려 31bp나 낮은 연 2.44%까지 끌어내려 기준금리를 인하라고 한은 총재와 금융통화위원회에 촉구하는 형국이다.

언론들도 김중수 총재가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유보적인 듯한 견해를 밝히면서 비판하고 나섰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 총재와금통위가 이달에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비난받고 동결해도 비난받을 것이라며 냉소를 보내고 있다.

총재 때리기가 경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작 필요할 때 선제적으로 지적하지 못하던 시장 참가자들도 집단행동(herd behavior)에서 나서며 총재를 몰아세우고 있다.

총재 때리기는 이쯤에서 멈춰야 할 것 같다. 채권시장 참가자와 언론 등도 더 이상의 중앙은행 총재에 대한 집단 공격은 모양이 사나워 보인다. 중앙은행 총재는 한 나라의 국격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중앙은행 총재의 임기를 철저하게 보장하고 'govenor'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경기전망과 통화신용정책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를 표출할 수 있지만 '모든 책임이 총재에게 있다'는 집단 욕구 불만의 해소대상 차원의 비난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 총재와 금통위가 이번 달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뒷북이라거나 지난달 경기 인식과 동떨어진 결정이라고 총재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를 고비로 국내외 경제 금융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는 앞으로 2년 안에 물가상승률을 2%까지 높이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며 무제한적으로 돈을 풀겠다고 선언했다. 양적·질적 완화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동원한 구로다 총재의 기습 공격에 니케이 지수는 최근 3영업일에 걸쳐 6.27%나 올랐다. 당장 근린궁핍화 정책이라고 비난받는 엔저현상은 더 심화됐다. 달러당 93엔대에 거래됐던 엔화는 3영업일만에 무려 4빅이나 올랐다.

북한도 연일 미사일을 미군이 있는 괌으로 쏘겠다며 전쟁을 벌일 듯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엔저 현상 등과 맞물린 지정학적 리스크에 주목하며 코스피시장에서만 1조5천억원 이상 순매도세를 보이는 등 과거와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금통위가 현재 상황을 위기라고 보고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더라도 전혀 이상한 행보가 아닐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 시장도 총재 때리기보다는 기준금리가 과연 어디까지 내려가고 국고채 금리는 어디가 바닥일지 고민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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