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구속 중인 최태원 회장이 항소심에서 지난 1심 재판의 진술을 번복했다.

1심에서 꾸준히 부인하던 펀드 출자금 조성과 관련해서 거짓 진술을 했다며 재판부에 사과하고 펀드 조성과정에 개입을 인정했다.

이번 재판에서 펀드 조성 자체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펀드 자금의 개인적 유용이 재판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8일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항소심 첫 공판에서 첫 공판에서 "펀드 출자금 조성에 관여한 점을 인정한다"고 지난 진술이 거짓이었음을 인정했다.

이어 "원심에서 사실대로 말씀 못 드린 부분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 "다만, 펀드 자금이 유출된 건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유출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은 "변호인은 "펀드 조성자가 곧 선지급금 인출자로 이어지는 구도에서 어쩔 수 없는 진술이었다"며 "다만 횡령 혐의가 붙은 펀드 인출에는 관여한 바 없고 인출 자체를 알지 못한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의 진술 번복에 이어 동생이 최재원 부회장도 1심에서의 거짓 진술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최 부회장 측 변호인은 허위진술을 해온 데 대해 "450억원을 잠시 쓰고 상환한 정도면 책임이 낮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사법방해적 행위를 인정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점을 참작해 달라"고 항변했다.

최 회장 형제의 펀드 자금 조성 관여 인정은 거짓 진술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직접적인 횡령과 관계없다는 것을 항변하기 위한 복안이다.

이에 최 회장 형제 측은 펀드 출자금 선지급 명목으로 SK그룹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주체로 '제3자'의 범행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해외 체류 중인 김원홍씨가 주도해 자금을 인출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SK관계자는 "펀드 조성은 사실 전혀 죄가 되는 부문이 아니다"라며 "1심 재판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횡령과 관련된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최태원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나란히 앉아 노트로 의견의 주고받으며 재판을 참관했다.

김 의장은 "이날 60주년 행사를 마치고 바로 재판장으로 왔다"며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4월 29일 오후 2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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