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전자가 잠정 중단했던 국내 시스템 반도체 투자를 재개할 예정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말 중단했던 화성 시스템 반도체 17라인 건설 공사를 조만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7라인 투자를 검토하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아직 구체적인 시점 등에 대해서는 확정해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6월 경기도 화성에 2조3천억원 가량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신규 생산라인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 라인에 20나노와 14나노의 최첨단 공정을 적용해 이르면 올해 말부터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작년 11월 관련 업황이 안 좋아지자, 삼성전자는 투자 속도를 조절하겠다며 사실상 공사를 중단해왔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투자 재개를 검토하는 것은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의 성장세를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메모리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해 온 삼성전자는 몇 년 전부터 비메모리 부문이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작년 시스템 반도체 매출액은 11억5천200만달러로 전년보다 46.6%나 늘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휴대전화의 두뇌 격인 모바일AP 시장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또, 화성 라인 신설은 그동안 주요 고객이었던 애플 외에도 추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삼성전자의 자신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애플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AP)을 삼성전자로부터 위탁생산(파운드리) 했왔다. 그러나 1년여 전부터 모바일 특허를 놓고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면서 삼성전자와의 거래량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삼성전자 작년 말, 화성 라인 투자를 조절하고 나선 것에는 애플의 이런 움직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최근 다시 신규투자를 재개하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애플의 주문량이 아니더라도 자체 수요와 다른 고객사 등을 통해 충분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화성뿐만 아니라 미국 오스틴에서도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는 것은 그만큼 관련 수요의 증가를 자신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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