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코스피 1,900선 깨지면 다음 지지선은 1,800 중반과 1,700 후반까지도 봐야 한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시를 강타하면서 낙관과 비관이 오가는 요즘, 전문가들의 주가 전망은 이런 식이다. 북한발 속보가 타전될 때마다 `북한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더해간다.

한편에서는 북한의 도발 위협이 이전 다른 때보다 특별하다고 하고, 또 한편에선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라는 논리를 편다.

그러면서도 내.외국인 모두 이 이슈에 대해서는 불편하고 불안해 한다.

실제로 북한리스크가 고조된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단 사흘간 외국인투자자들은 1조3천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올해들어서는 약 2조3천억원 순매도했는데, 사흘간 절반 이상이 몰린 것이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코스피는 1,900선 초반대로 물러났다.

하지만 일본은 정 반대다. 닛케이225지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증시를 끌어올린 주체는 외국인이다. 외국인들은 일본증시에서 3월에만 191억달러(약 21조원)를 매수했다. 연초 이후론 무려 396억달러 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과 일본 증시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처한 주변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가 복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을 때 일본은 일본은행(BOJ)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양적완화책을 내놓았다. BOJ는 국채 등 채권매입 규모를 기존의 두 배 수준인 매월 7조엔(한화 약 83조원)으로 늘리고, 매입대상 국채도 만기 1~3년짜리에서 40년 만기까지 확대키로 했다.

더 중요한 건 엔화 환율이다. '와타나베 부인'이라 불리는 일본 개인투자자들마저 엔화 환율이 더 약세를 띨 것으로 예상하고 달러를 사들이는 탓에 달러화가 100엔선을 상향 돌파하기 일보직전이다. 이러다보니 환율 효과를 업고 외국인들이 일본 주식을 사들이기가 용이해졌다.

한국과 일본 증시가 디커플링 되는 첫번째 이유는 바로 이 환율에 있다. 정확히는 환율 급변에 따른 수출경쟁력이 차이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가 예상 이상으로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일본의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본 기업의 실적 개선 속도가 한국 기업에 비해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금 환율을 보면 단기로는 원화가 오히려 엔화의 절하 폭을 웃돌 정도로 약세로 가고 있지만 양국의 실력을 반영한 결과로 판단할 만도 하다.

최근 1개월간으로 보면 원화나 엔화나 함께 달러대비 약세로 가고 있지만 닛케이지수는 1개월간 7.4% 상승한 반면 코스피는 1개월간 마이너스 4.28% 하락했다.

여러 변수가 있는 한국 기업 보다는 일본 기업의 실적개선을 기대한 외국인 자금들이 자금을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 외국계 은행의 펀더멘털 분석 담당자는 "한국은 아시아시장의 ATM(현금인출기)이라 불린다. 워낙 유동성이 좋아 아시아가 안좋아지면 가장 먼저 외국인들이 `돈 찾으러' 오는 곳이 한국이다"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한국시장은 '1st tier'와 '2nd tier'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인식되는데, 1st인 일본 시장의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인식되면 2nd tier인 한국에서 자금을 빼 내가는 게 정석"이라고 주장했다.

북한발 리스크에 대한 예단보다는 엔화 환율 동향을 전망하고 영향을 분석해 보는 것이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증권부장)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