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과 LG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서로 유출했다며 연일 으르렁대고 있다. 정부의 중재로 잠시 풀리는 듯 보였던 분위기는 다시 험악해지는 양상이다.

10일 업계 관계자들은 '차세대 TV'로 불리는 OLED TV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는 양사의 절박함이 날카로운 신경전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 1년간 지속된 '기술유출 공방'…깊어진 '감정의 골' = 삼성과 LG의 디스플레이 특허분쟁은 지난 4월, 경기경찰청과 수원지방검찰청이 LGD 임직원 등을 SD의 OLED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SD는 "LGD가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줄이려고 경쟁사의 기술을 조직적으로 훔쳤다"고 맹비난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LGD도 "삼성이 우리에 대해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며 맞소송으로 대응했다.

결국 양사는 각각 2건씩 총 4건의 소송을 제기하며 감정싸움을 벌이게 됐다.

사태가 악화되자 올 초부터 정부가 중재에 나섰고, SD와 LGD는 사장 간 회동을 통해 특허 협상과 관련된 대화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후 양사는 각각 1건씩의 소송을 자진취하하면서 실제로 실무 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9일 SD가 LGD의 OLED 패널 기술을 빼낸 혐의로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상황은 다시 악화됐다.

SD는 김기남 사장이 직접 나서 "우리 기술을 뺏길까 봐 걱정"이라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자 LGD는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랐던 꼴"이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 'OLED 선점' 절박함이 '예민한' 견제로 = OLED TV는 자체발광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품 두께를 더욱 줄일 수 있고, 화면 선명도나 응답속도 등도 매우 우수해 '차세대 TV'로 주목받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과 LG 모두 최근 들어 OLED TV 시장을 선점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양사 모두 현재까지 상황은 썩 좋지 않다.

삼성은 작년부터 OLED TV를 먼저 양산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지난 1월 LG가 먼저 시판에 들어갔다.

2006년 '보르도 TV'를 시작으로 크리스털로즈 TV(2008년), LED(발광다이오드) TV(2009년), 3D TV(2010년), 스마트TV(2011년) 등으로 매번 새로운 TV 트렌드를 주도한 삼성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삼성이 OLED TV 개발 과정에서 채택한 'RGB 방식'이 LG의 'WRGB 방식'보다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 면에서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삼성의 스트레스는 배가 되고 있다.

LG 상황도 좋지 않다.

OLED TV 양산에서는 앞섰지만, 여전히 TV 시장 전체적으로는 7년 연속 세계 1위를 지킨 삼성에 비해 상당히 처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LG는 작년에 세계 평판TV 시장에서 15%의 점유율로 2위 자리를 지켰지만, 경쟁사인 삼성이 점유율을 역대 최대치인 27.7%까지 늘리면서 양사는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전자 사업에서 심각한 실적 부진에 허덕였던 LG로서는 어떻게든 삼성을 따라잡아야 하는 처지다.

이처럼 양사 모두 절박한 상황이 결국 서로에 대한 심한 견제로 이어진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사가 사활을 거는 OLED TV 부문에서 서로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보니 견제 심리가 치열한 특허분쟁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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