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지난 1일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리스크관리 총괄 본부장(CRO)으로 선임된 박도규 부행장(57세)은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은행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뱅커'다.

지난 1980년 한미은행에 입사한 후 씨티은행을 거쳐 2007년 1월 SC은행에 합류했다. 대부분의 외국계 은행원이 특정 분야에서 '한우물'을 파지만 박 부행장은 국제금융, 기업영업, 여신심사, 인사 등 여러 업무를 두루 경험한 '멀티 플레이어'다.

박 부행장은 10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SC은행에서는 리스크 관련 업무를 계속 했지만 과거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덕에 균형된 시각을 갖게 됐다"며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이상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것 같다"고 자평했다.

박 부행장은 세계 경기침체와 신흥국 경기부진으로 시장 여건이 악화되면서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황이 어려울 때일수록 자산 포트폴리오와 건전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작년 부실채권비율이 1.28% 수준이었는데, 올해 선제적인 리스크관리에 주력해 1.3% 수준으로 방어하는게 목표"라고 밝혔다.

다음은 박도규 부행장과의 문답.

-경력이 다채로운 것 같다.

▲국제금융과 기업영업, 여신심사, 인사 등 다양한 업무를 해봤다. SC은행에서는 리스크 관련 업무를 주로 했고, 한미은행에서도 잠깐 했었다.

다양한 업무를 한 것은 균형된 시각을 갖는데 굉장한 도움이 된다.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이상적인 커리어 패스(career path 직업 경로)를 걸어온 것 같다.

-올해 모든 은행들이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SC은행의 리스크 정책은 무엇인가

▲은행업에 있어 리스크관리는 요체다. 최근 경제상황 때문에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 미국 경기회복 지연, 신흥국 경기부진으로 시장 여건이 좋지 않다. 우리나라는 수출 지향적인 경제여서 환율·유동성과 같은 외생변수에 민감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산 포트폴리오와 건전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리스크관리는 굉장히 강조된다.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SC은행의 작년 부실채권비율은 1.28%를 기록했는데, 올해 1.3%의 수위권을 유지하는게 목표다. 리스크관리는 선제적으로 하는게 중요하다. 어려움이 예상되는 업체나 산업의 위험관리를 선제적으로 하고, 행내 리스크관리 체제도 미리 보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리스크관리와 관련해 조직 측면의 변화는 없을 예정인지

▲현재 SC은행은 바젤Ⅲ 규제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리스크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체계를 잘 안착시키는게 목표다.

-조선과 해운, 부동산 업종이 어렵다는데

▲이들 업종뿐만 아니라 신수종 산업인 태양광 업황도 좋지 않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동산의 경우 정부가 최근 대책을 내놓았는데, 국회에서 잘 통과되면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부동산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돼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조선과 해운 업종에 대한 익스포저는?

▲취약 산업에 대해 조기에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익스포저는 적은 편이다. 타행 대비 매우 미미하다.

-새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을 강조하고 있는데, SC은행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가

▲전자·자동차 등 성장 산업에 대한 여신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들 업체의 주요 수출 지역이 중국·인도·두바이 등인데, SC은행의 강점은 그룹 네트워크를 이용해 현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비성장 산업이라도 선도 업체이거나,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체에 대해서도 적극 지원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최근 은행업 규제 강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각 금융기관의 자율성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 증대와 상품 다양화로 인해 세계적으로도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서민금융 지원 계획은

▲이 부분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새 정부 들어 당국이 서민금융 지원 실태를 다시 점검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보고 연구할 계획이다.

-최근 북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데 외국계은행 입장에서 어떻게 보는가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용 가능한 수준이다. CDS나 금리가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30년 넘게 은행원으로 지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

▲환율이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여서 기업과 금융회사, 시장, 정부 모두가 곤욕을 치렀던 시기가 있었는데 창조적인 발상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취미나 주량은 얼마나 되는지

▲올해는 등산을 할 예정이다. 골프는 잘 치지 못한다. 술은 젊었을 때 많이 마셨지만 지금은 잘 하지 않는다. 작년 5월 이후 술을 마신 횟수가 4~5번밖에 되지 않는다. 술을 마시면 리스크업무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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