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슬로베니아에 나쁜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이 슬로베니아에 '제2의 키프로스'라는 낙인을 찍으며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총리와 중앙은행 총재가 나서서 구제금융설을 일축했지만 이마저도 과거 구제금융을 받았던 국가들의 전철이다. 슬로베니아와 키프로스는 많은 면에서 다르지만 대형 은행에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정부에 그럴 돈이 없다는 점에서 매우 비슷하기도 하다.

슬로베니아가 키프로스처럼 되지 않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우선 정부가 은행에 자본을 어떻게 확충할지에 관한 계획을 내놔야 한다. 슬로베니아는 구공산권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은행 민영화를 거부했다. 부족한 자본은 곧 정부, 그리고 납세자들의 몫이 된 것이다. 무능한 경영진이 은행 살림을 맡은 데다 정치적 입김까지 작용하면서 슬로베니아 금융권의 무수익여신(NPL)은 슬로베니아 경제의 5분의 1에 달한다. 부실 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7배에 달하는 키프로스보다 사정이 낫긴 하다. 슬로베니아는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상태다. 정부가 배드뱅크안의 틀을 잡고 믿을 만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또 슬로베니아가 하루빨리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것도 중요하다. 슬로베니아 금융권은 그리스 국채 보유량이 거의 없어 키프로스가 혼란에 빠졌을 때 상대적으로 괜찮았다. 그러나 국영 금융업체에 대한 감독이 부족하다는 점은 슬로베니아에 특유한 문제다. 정경유착을 근절하는 것은 슬로베니아 정부의 어려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이미 슬로베니아를 향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9일 슬로베니아는 시행한 단기 국채 발행에서 애초 발행 목표액 1억유로의 절반을 소폭 웃도는 5천600만유로어치를 발행하는 데 그쳤다. 6개월물 낙찰금리는 지난달 입찰 1.5%에서 1.7%로 올랐고, 1년물은 지난 2월 입찰 2.02%에서 2.99%로 급등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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