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기자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4년이나 지났지만, 대형 건설사의 주택사업 부실에 따른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작년 실적을 발표한 빅5 상장 건설사가 작년 4ㆍ4분기 신규로 적립한 주택관련 대손충당금 등이 총 3천억원대에 육박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2010년 1조원의 유상증자로 부실을 대부분 털어냈다고 밝혔음에도 작년 4분기 1천억원 정도의 주택관련 충당금을 더 쌓았다. 대우건설은 주택사업을 경쟁사보다 크게 벌린 만큼 충당금 규모도 비교적 컸다.

대림산업은 4분기 주택사업 등으로 673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대림산업의 2011년 전체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2천279억원으로 매출액의 3.8%에 달한다.

현대건설은 작년 4분기 해외와 주택부문에서 750억원의 원가 정산이 진행됐다. 비용이 예상보다 더 들어 장부에 반영했다는 말이다.

삼성물산과 GS건설은 2012년 주택 경기 침체에 선제 대응하고 일부 주택사업지의 잠재손실을 반영하기 위해 400억원과 554억원의 대손충당금을 반영했다.

5개사의 작년 4분기 대손충당금 합산액을 같은 분기의 매출액 총계로 나눈 비율이 1.6%에 달한다. 이는 이만큼 건설사들이 영업이익률에서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대형사조차 주택 부실에 시달리는 이유로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이는 중견사보다 높은 신용등급과 월등한 자금 조달능력을 갖춘 대형사도 부동산 경기 부진이라는 큰 흐름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대형사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를 대거 줄였고, 해외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덕분에 침체에도 대응할 완충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도 주택시장이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건설업계에 잠재된 구조적인 문제가 추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계는 분양경기가 침체된 수도권 PF사업장 비중이 74%에 달하고, 신규 주택 수주가 미미한 데도 예정사업장 비율이 55%로 사업지연이 장기화되는 고질병을 앓고 있다.

지난 2년간 건설업계에서 지표가 좋아진 상황이 착시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2년간 전국 미분양 주택이 10만호나 줄었지만, 실제 건설사의 현금흐름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만일 건설사들이 주택사업 부실로 대손충당금을 또 쌓는다면 올해 실적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다.

특히 일부 전문가는 연중에는 잠잠하다가 연말에 일제히 주택사업 부실을 반영하는 등 건설사들이 어정쩡한 회계처리 태도를 보인 점을 지적했다.

작년 4분기 주택 관련 손실은 그동안 사업 부실이 누적돼왔음에도 솔직히 밝히지 않다가 연말이 되자 어쩔 수 없이 회계 장부에 반영한 결과라는 진단이다.

신평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4년간 대형사들이 선제적으로 주택사업 충당금 반영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충당금 쌓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올해도 주택시장 부진이 계속된다면 연중에도 추가 부실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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