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럽에 재정위기가 시작된 뒤로 한국이 1997~1998년 외환위기 때 진행했던 금모으기 운동이 종종 언급됐다. 국민들이 희생정신을 발휘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대만 연합보는 그리스발 재정 위기를 다루면서 그리스 사람들이 한국인의 희생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HSB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킹도 유럽 국가들이 침체에 빠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과거 아시아 경제위기 당시 한국 국민의 희생정신 같은 것이 유럽에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시아와 문화적 차이가 있는 유럽 사람들을 단결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집단적 가치를 중시하는 아시아적 사고와 개인의 존재가치를 중시하는 유럽적 사고방식의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긴축안을 발표할 때마다 유럽의 거리는 시위대로 넘쳐난다. 예금자의 손실을 강요한 키프로스 정부의 조처에 대해 키프로스인들은 역시 시위로 맞섰다. 자발적 금 모으기 운동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이 가운데 키프로스 정부가 금을 팔아 4억유로를 조달하기로 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3년 넘게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에서 금을 팔기로 한 것은 키프로스가 처음이다. 키프로스는 4억유로를 조달하고자 보유한 금 13.9t 가운데 10t가량을 팔 것으로 보인다. 금 매각 규모는 유럽에서 4년 만에 가장 크다. 키프로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외환보유액 가운데 상당액이 처분되는 것이다.

유럽 남부 국가들은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을 금으로 채우고 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이 금 2천451t을 보유해 전체 외환보유액의 70%를 금으로 갖고 있으며 포르투갈은 전체 외환보유액의 90%인 383t을 금으로 보유 중이다. 다만 한 키프로스 관리는 자국의 금 매각이 일회성이라고 말했고 몇몇 전문가들은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이 키프로스처럼 부채를 줄이고자 금을 팔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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