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지난 2011년 4월 15일(현지시간), 애플이 미국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 제기하면서 시작된 양사의 특허분쟁은 꼬박 2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양사는 서로 자사의 특허를 앞세워 맹공을 퍼부었지만, 양쪽 모두 소송전에서는 뚜렷한 승기를 아직 잡지 못했다.

다만, 소송 외적인 부분까지 고려했을 때는 삼성전자가 소송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당초 삼성전자의 이미지 타격을 위해 시작된 소송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오히려 애플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된 것이다.

◇ '삼성 견제' 위해 시작된 소송전, 애플 '발목을 잡다' =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연방법원을 시작으로 전 세계 10여 개국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며 수조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얼핏 보면 애플이 거액의 배상금을 노리고 소송전에 뛰어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떠오르는 경쟁자인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실제로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5%에 머물렀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이 소송을 제기할 무렵인 2011년 2분기에는 17.5%까지 증가해 애플(18.5%)을 바짝 추격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자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2011년 3월 신제품 발표회 자리에서 삼성전자를 '카피캣'(모방자)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고, 그 직후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의 추격에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자, 삼성전자에 '모방자' 이미지를 심어주려 소송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유력 경제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도 "애플은 마법이 사라지자 소송을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타격을 받은 곳은 애플이 됐고, 삼성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소송의 '후광효과'를 보게 됐다. 직간접적인 '홍보 효과'가 상당했던 것이다.

즉, 2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 시장의 후발 주자였던 삼성전자는 시끄러운 소송전을 통해 당시 업계 최고였던 애플과 '시장의 주도권을 다투는 업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된 것이다.

게다가 때마침 애플은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의 사망하면서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삼성전자는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의 면모를 보이며 무섭게 성장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소송 후 1년 만에 점유율이 두 배 이상 급등하며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에 올랐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송전이 진행되면서, 삼성전자는 당시 최강이던 애플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브랜드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며 "결국 삼성전자는 뜻하지 않게 천문학적인 홍보 효과를 누리게 됐고, 애플은 '옹졸한 1인자'의 이미지가 굳어졌다"고 분석했다.

◇ 소송에서도 아직 '승자 없어'…美 재판이 '변수' =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 10여 국에서 50여 건이 넘는 소송전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우선 양사 모두 방어에만 성공했을 뿐,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 대부분 무력화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하반기에 애플이 '아이폰4S'를 출시하자마자 프랑스와 이탈리아, 호주, 일본 등에서 판매금지 소송을 제기하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진 못했다.

그나마 네덜란드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소송대상이 구형 제품이라 애플에 별다른 타격을 주기는 못했고, 국내에서 승소했지만 애플에 내려진 배상금은 4천만원에 그쳤다.

애플 역시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 삼성전자를 공격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에서 삼성전자의 일부 제품의 판매금지에 성공했지만, 대상 제품이 비주력 제품인데다 삼성 측이 문제가 된 부분을 다른 기술로 대체한 탓에 실질적인 이득은 없었다.

그나마 아직 변수로 남은 곳이 애플의 안방인 미국이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한 점을 인정하며 물어야 할 배상금으로 5억9천950만달러(약 6천500억원)를 확정했다. 여기에 기존 배심원 평결에서 나왔던 배상금 중 5천억원 상당에 대해서는 재판결을 주문해,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가 물어야 할 배상금은 더 확대될 수도 있다.

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서로 특허를 침해했는지에 대한 최종 판결을 각각 오는 5월과 8월에 내릴 예정이다.

이미 작년에 내려진 예비판정에서는 애플의 침해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고, 삼성전자의 침해는 인정한 바 있다. 특히 ITC가 기본적으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는 성향이 강한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로서는 수입금지 조치 등의 불리한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애플 역시 최근 들어 특허전에서 주 무기로 사용하던 특허의 효력을 잇달아 잃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일 미국 특허청은 애플의 '바운스 백' 특허에 대해 사실상 무효 판정을 확정했다. 이 특허는 모바일 기기 화면에서 각종 콘텐츠가 가장자리에 도달하면 튕겨 나오는 기능으로,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줄곧 침해를 주장해온 것이다.

또, 미국 특허청은 작년 12월에도 '스티브 잡스 특허'라 불리는 '휴리스틱스 특허(949특허)'에 대해 무효라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이는 사용자가 화면을 스크롤 할 때 일정 각도를 벗어나지 않으면 수평으로 스크롤 해주는 특허로,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첫 번째 특허권자로 등재된 상징성이 큰 특허다.

로펌의 한 특허법 전문가는 "현재까지 애플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만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미국이 다른 지역과 완전히 동떨어진 판결을 확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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