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만도가 자회사 마이스터를 통해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증권업계에서는 시장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며 만도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한라그룹은 지난 12일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에 빠진 한라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주력 계열사인 만도와 마이스터가 3천43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만도가 마이스터에 3천786억원의 증자를 진행하고 마이스터는 이 중 3천258억원을 한라건설 증자에 투입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한라건설 리스크가 만도로 전이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영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내년까지 한라건설의 상환 필요 자금은 최대 1조5천억원을 웃돈다"며 "한라건설의 회사채 만기시점인 내년 2월과 4월에 만도의 추가자금지원 가능성 부각 등 지속적 할인과 리스크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형실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라건설은 증자 외에도 골프장과 지연 사업장 매각, 유가증권 지분매각 등 각종 자구책을 통해 총 5천600억원의 자금확보를 발표했지만, 건설경기 위축으로 자금 확보가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하반기 만도차이나홀딩스 상장이 예상돼 현금성 자산 확보에는 긍정적이지만, 한라건설 리스크가 확대된다면 추가적인 증자 가능성도 대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도 "시장에서 예상한 증자 참여 규모를 뛰어넘었다"며 "이번 증자결정으로 만도의 보유 현금성 자산이 거의 없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연간 EBITDA가 4천억원을 넘기 때문에 유동성 위험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모회사의 재무부담을 떠안아 기업가치 훼손은 불가피한 상태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라그룹은 IMF 위기 당시 한라중공업에 계열사들이 2조원 이상의 지급보증과 자금대여를 하면서 그룹이 해체될 때 만도를 매각했지만, 2008년 다시 사들였다"며 "이러한 일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우증권이 만도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단기매수'로 낮추고 11만1천원으로 33% 하향조정했다. 신한금융투자와 신영증권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고 현대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13만7천원에서 10만5천원으로, 하나대투증권은 15만원에서 11만4천원으로 각각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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