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운용 특성상, 장기 투자 잘하는 펀드가 단기 성과도 좋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최근 이런 공식을 깼다.

한국밸류는 3개월, 1년, 2년, 3년, 5년 수익률에서 모두 운용사 1등을 기록했다. 전무후무한 일이다. 출시 7년 만에 10년 펀드를 펀드에 가입한 모든 고객이 이익을 얻는 '명품 펀드'로도 만들었다.

한국밸류 운용을 이끄는 '가치투자 전도사' 이채원 부사장은 16일 "두렵고 겁난다"고 했다.

이 부사장은 "초단기에서 장기까지 모두 1위를 하는 이런 성과는 쉽지 않다. 추락하는 일밖에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올해는 지키는 쪽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2006년 4월18일. 10년 투자를 내건, 3년 환매 제한을 둔 10년 펀드는 오는 17일로 7년이 된다. 당시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한 국내 펀드 시장에서 "그게 되겠어…" 했던 의심의 시선을 날려버렸다.

한국밸류 10년투자신탁1호(C)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129%다. 최근에는 130%를 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35% 올랐다. 무려 94%포인트를 앞선 것이다.

펀드 기준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2011년 4~5월 2,200대의 사상최고가에 넣은 투자자도 10% 이상씩 수익을 거두게 됐다. 작년 9월부터 모든 펀드 투자자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 부사장은 "펀드 출시 당시 목표가 매년 10%, 복리로 10년 후에 2.67배를 거두는 것이었는데, 현재 2.3배로 늘어났다"며 "3년 안에 10%만 더 벌어 원래 목표를 채우고 싶다"고 설명했다.

장기투자 철학을 공유하듯, 10년 펀드의 고객 충성도도 높다.

이 부사장은 7년을 오롯이 함께 한 고객들과 조촐하지만 의미 있는 7년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첫달 가입자 가운데 선착순으로 10~20명을 모셔 17일에 점심을 대접할 계획이다. 100명 정도에게는 선물도 준다.

10년 펀드의 선전 덕에 한국밸류의 운용 자금은 3조원을 넘었다. 설정액이 늘지 않아 고민이던 '밸런스 펀드'도 기관 자금 덕에 최근 1천200억원대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는 "3년 정도의 주기로 볼 때 작년부터 시작된 중소형주 장이 좀 더 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가치투자 백화점을 지향할 때 중소형주펀드나 배당주펀드 라인도 있어야 하지만 중소형주 펀드는 중소형주가 작살났을 때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10년펀드 출시 당시부터 10년간은 펀드와 함께 가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3년도 10년펀드만을 보고 살 계획이다.

"포트폴리오를 건강하게 가져갈 겁니다. 건설주, 철강주, 조선주를 단 한 주도 들고 있지 않아 올해 지뢰들을 잘 피해갔는데 계속 잘 피해가라는 법이 없어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치도록 사고 싶은 주식만 가지고 있으면 어떤 일이 있든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sykwak@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