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추진하자 재계 등에서 반발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나친 대기업 규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7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처벌을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를 방지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등을 논의한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으로 꼽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이 계열사와 거래할 때 정상적인 거래보다 계열사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주거나 특혜성 거래기회 제공 및 총수일가가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특히 그동안 총수일가의 관여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려웠던 부당 내부거래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이면 지시한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부당 내부거래 행위에 관여한 총수일가는 '징역 3년 이하, 2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만약 개정안이 발효되면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총수가 있는 43개 대기업의 1천519개 계열사가 규제 대상이 된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사실상 계열사와의 거래를 막으면서 부당거래가 아닌 부분을 기업이 입증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입증 책임을 공정위가 아닌 기업에 물리는 것은 자신이 도둑이 아니라는 이유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불합리한 법"이라며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국내에서 사업할 이유가 줄어든다"고 비판했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경기불황 속에서 규제 강화가 이뤄지면 대기업들의 투자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죽이기로 연결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나친 대기업 규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민주화 관련해서 국회 상임위 차원이기는 하지만 공약이 아닌 것도 포함돼 있는데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회에서 논의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비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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