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건설업계의 생태계는 더욱 악화하고 있습니다. 국내건설경기 침체가 몇 년째 지속되고 있고, GS건설의 대규모 해외현장 손실 발표로 해외 사업도 버팀목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사들이 자신의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하도급 보증이행 청구와 위약벌, 외상거래 확대, 현장의 원가관리 강화 등입니다.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대형사가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하는행동도 중소업체에는 버거운 요구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상생경제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따라 연합인포맥스는 4회에 걸쳐 '건설사 실적 뒤집기'를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살펴봅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기자 = 지난 5년간 대형 건설사가 하도급업체의 공사 보증 전문기관인 전문건설공제조합에서 받아간 현금이 7천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7천600억원이 고스란히 대형사의 이익으로 잡혀, 건설경기 침체로 추락하는 건설사 실적을 떠받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문건설조합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지급한 총 보증금은 7천588억원이다. 보증금은 금융위기 전인 2007년 276억원에서 2008년 565억원으로 두 배가 늘더니, 2009년 994억원, 2010년 1천600억원, 2011년 2천387억원, 2012년 2천42억원까지 급증했다.

조합이 작년 지급한 보증금의 60%는 주로 시공능력 30위 안의 대형 건설사가 받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하도급사는 공사 계약시 원청사의 요구로 전문건설조합에서 공사이행 보증을 받으며 원청사는 하도급사의 부도나 과실로 공사가 완료되지 못하거나 하자가 났을 때 조합에 보증금을 청구한다.

전문가들은 대형사들이 받은 하도급 보증금을 장부상 이익으로 계상했을 것이라며 경기 침체로 전체 건설업계가 어려운 속에서도 하도급사의 도산에 따른 보증금 수입이 대형사의 실적을 어느 정도 떠받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원청사들이 전문건설조합에 청구한 보증금 청구액수는 2010년부터 매년 6천억원대에 달하고 있지만, 전문건설조합이 현장 조사로 취하나 감액을 통해 실제 보증금 지급액을 연간 2천억원대로 낮추고 있다.

건설업계에는 하도급사 선정 능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면 원청사들이 의도적으로 보증금 청구액을 늘리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7년 이후 5년간 시공능력평가 10위 안의 6개 상장 건설사가 거둔 당기순이익의 합이 8조원이다. 최근 GS건설의 실적 발표 쇼크로 해외 현장에 대한 국내 건설업계의 수익성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까지, 결과적으로 주택시장 불황, 공공수주 감소에도 대형사의 이익은 비교적 악화하지 않은 셈이다.

증권사의 한 건설업종 애널리스트는 "GS건설 실적 쇼크 이후 대형사들 실적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최근 하도급사 도산에 따라 대형사들이 받은 보증비가 이들의 실적에 나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의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도 "전문건설조합이 지급한 보증금이 대형사에 현금으로 지급돼 유동성 개선에도 기여했을 개연성이 크다"며 "대형사들이 과연 영업을 잘해 이익을 내는 건지 의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libert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