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지난 7일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A매치 데이'로 불렸다. 삼성그룹 공채의 직무적성검사(SSAT)와 현대차그룹의 인·적성검사(HKAT)가 동시에 치러졌기 때문이다.

시험이 겹치다 보니 당일, 삼성그룹의 일부 계열사 고사장에서는 결시율이 30%가 넘기도 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고사장 중에는 결시율이 예년과 비슷한 10% 수준을 기록한 곳이 많았다.

삼성의 경우 일정 조건만 충족되면 지원자 모두 시험을 볼 수 있게 했기 때문에 결시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많은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실적이 좋은 삼성전자 등의 고사장에는 빈자리가 별로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결시율을 통해 지원자의 선호도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계열사 간 처지가 엇갈리고 있다.

최대실적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하는 삼성전자 일부 사업부와 실적이 부진한 다른 계열사의 사내 분위기와 처우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다.

◇ '삼성'이 잘나간다(X)…'삼성 휴대폰'만 잘 나간다(O) = 삼성전자는 작년에 국내 기업 최초로 '200조원 매출-20조원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특히 휴대전화 사업을 하는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에서만 108조5천60억원의 매출과 19조4천40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불과 3년 만에 매출은 2배, 영업익은 4배 늘어난 것이다.

삼성전자 휴대전화가 잘 나가면서 여기에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들의 실적도 덩달아 좋았다.

그러나 그 외에 중공업과 중화학, 건설 등의 다른 계열사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작년에 영업익이 24.4% 급감해 영업이익률이 0.4%에 그쳤다.

삼성석유화학도 작년에 적자로 전화하며 73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삼성중공업은 업황 악화에도 고분분투했지만, 최근 1조원에 달하는 수주계약이 취소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삼성그룹 매출의 70%가량은 삼성전자에 쏠려 있다. 특히 삼성전자 역시 매출의 60%가량, 이익의 70%가량을 휴대전화 사업에 의존하는 불안정한 상태다.

이 때문에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삼성전자에 대해 최대실적에도 불구하고 "거시경기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휴대전화 등 삼성전자의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 상당수 사업이 업황 악화로 부진한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도 "삼성에는 '전자'와 '후자'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계열사 간 실적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쪽은 '자율출근제', 한쪽은 '권장야근' = 계열사별로 실적 처지가 달라지면서 근무여건과 분위기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하루 8시간 근무 조건만 충족하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율출근제'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부서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삼성전자 직원들은 이 제도 덕분에 출퇴근 시간을 기존보다 1시간가량 유동적으로 조절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주 40시간만 채우면 하루 4시간 근무도 가능한 근무제도 중장기적으로 확대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실적이 안 좋은 일부 계열사들은 '집중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오전과 오후에 각각 2~3시간씩을 정해 최대한 업무에만 집중하고 차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등의 개인 용무는 최대한 자제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권장 출퇴근 제도'가 시행되면서 출근시간은 예전보다 30분에서 1시간가량 당겨지고, 야근은 늘어나는 계열사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보수에서도 처지는 엇갈리고 있다.

삼성그룹의 연봉이 높다고 소문이 난 것은 연말 성과급 성격인 PS(초과이익분배금) 때문이다. PS는 해당 직원이 소속된 사업부의 실적에 따라 많게는 연봉의 50%까지 지급된다.

실제로 올 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직원들은 연봉의 50%를 PS로 받았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 주요 사업부는 전체적으로 30~40% 수준의 높은 PS 비율을 적용받았다.

반면, 전자 계열사를 제외한 상당수는 10~20% 수준의 PS를 받았고, 일부 화학 계열사 등은 PS를 거의 받지 못한 곳도 있었다. 사원급만 하더라도 어느 계열사에 소속됐는지에 따라 연봉이 2천만원 가량 차이가 나게 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삼성물산 상사부문과 삼성중공업 건설 부문 등에서는 일부 인력을 다른 계열사로 재배치되기도 했다. 사측에서는 정기적인 인사교류라고 밝혔지만, 직원들은 실적 부진에 따른 인사조치로 받아들였다. 또, 일부 금융계열사에서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면서 인력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퍼지지도 했다.

삼성그룹의 다른 관계자는 "외부에서 삼성이 다 좋은 것으로 보지만 계열사 별로 처한 상황이 상당히 다르다"며 "이런 부분 때문에 이건희 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끊임없이 위기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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