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 조사전담조직 부활을 추진하면서 대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는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현행 공정위의 조직과 인력으로는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관련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노 내정자는 내부거래를 통한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과점화를 대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 감시 조사 및 공시점검을 전담하는 조직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노 내정자가 오는 18일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재벌 조사전담조직 부활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등 기획조사와 대기업집단 관련 정책을 담당하던 조사국이 있었지만 2005년 폐지됐다.

올해 들어 공정위의 대기업 전담조사조직 이슈가 대두했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는 박근혜 정부가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행위 근절을 위해서는 재벌 전담조직의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공정위 업무보고 당시 인수위원들 간에 부당내부거래 등 대기업을 전담해 조사하는 조직에 대한 내용이 논의됐다.

기업 부당내부거래 조사는 일반 불공정거래 조사와 달리 지원 객체 및 주체, 총수 일가 거래 등 대상이 방대하다. 그러나 현재 공정위는 1개 과 수준에도 못 미치는 인력이 해당 업무를 맡고 있어 공시점검이나 개별사건 조사 외에 추가 업무가 어려운 상황이다.

공정위 조직은 기획조정관과 경쟁정책국, 시장구조개선정책관, 소비자정책국, 시장감시국, 카르텔조사국, 기업협력국으로 구성돼 있다. 재벌 조사전담조직을 신설한다면 시장감시국과 카르텔조사국의 조사기능을 통합해 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만 집중적으로 전담하는 조사국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대기업 전담조사국을 통해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의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비상장사와 시스템통합(SI), 광고, 물류, 건설 계열사를 대상으로 경쟁입찰 확대 등 자율선언 이행실태 및 일감 몰아주기 현황을 점검하고 이를 주요 그룹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은 공정위의 이러한 움직임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을 타깃으로 조사하는 것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범죄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공정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민주화 이슈가 떠오르면서 대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고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2005년에 폐지됐던 조사전담조직이 만들어진다면 대기업들이 기업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명목으로 너무 과도한 조치들이 이뤄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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