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현대차그룹이 정부의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제재 강화 움직임에 계열사 간 내부거래 축소로 선제 대응에 나섰다.

17일 현대차그룹은 올해 광고와 물류 분야에서 기존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에 수의계약으로 발주하던 물량 중 각각 1천200억원(65%)과 4천800억원(45%) 가량을 중소기업 직발주와 경쟁입찰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광고와 물류 분야 외에 건설과 시스템통합(SI) 분야에서도 중소기업의 사업기회 확대를 위해 경쟁입찰을 지속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광고와 물류, 건설, SI 분야에서 계열사 거래 비중이 높아 비판을 받아왔다.

작년 8월 기준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내부거래현황에 따르면 총수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30% 이상인 계열사는 현대차그룹이 4개로 가장 많았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100%인 이노션의 내부거래 비중은 47.7%로 절반에 육박했고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엠코도 각각 45.2%와 56.5%로 높았다. SI 일감을 맡고 있는 현대오토에버의 내부거래 비중은 83.5%에 달했다.

또한, 공정위가 지난해 10월 대기업의 내부거래 개선을 위한 자율선언 이행 현황을 점검한 결과에서 현대차그룹의 물류 분야 수의계약 비중은 93%였다.

감사원이 최근 국세청과 기획재정부가 법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재벌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를 내버려뒀다고 지적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부자가 2001년 현대글로비스를 세운 뒤 계열사의 물류업무를 몰아줘 막대한 재산 이득을 취한 것이 대표 사례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위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근절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내부거래 비중 축소에 나설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공정위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자 현대차그룹이 서둘러 발표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정안에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이 계열사와 거래할 때 정상적인 거래보다 계열사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주거나 특혜성 거래기회 제공 및 총수일가가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부당 내부거래 행위에 관여한 총수일가는 '징역 3년 이하, 2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자체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중소기업에 해당 업무를 개방하면서 비판적인 시선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다른 대기업들도 이러한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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