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실상 지주사 전환 강제유도" 볼멘소리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처벌과 기업 총수의 개별연봉 공개 등 이른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쏟아지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재계는 '경제민주화가 무리한 것 아닌지 걱정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학계 등의 반대 목소리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일단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둬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17일 일부 대기업은 하나의 대안으로 지주회사 전환 카드를 조심스럽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어느 정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오는 7월부터 최대주주 관계인 지분보유 30%, 내부매출 비중 70%가 넘은 기업에 증여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그러나 과세를 피하는 방법이 있다.

세법상으로는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수여법인(지배주주가 지주회사인 경우)이면 자회사와 손자회사, 증손회사는 특수관계법인(공여법인)에서 제외한다는 특례 조항이 있다.

이 조항으로 지주회사와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가 최대주주와의 특수관계에서 빠지면서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국세청 과세 방침에 따르면 일부 기업은 사업구조나 거래를 급격히 바꾸지 않는 이상 해마다 많게는 수백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진그룹이나 한솔그룹 등 지주사 전환이 잇따르는 배경에는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비판의 대상이었던 순환출자 구조도 해소해 지배구조 투명화도 달성할 수 있고, 오너일가가 지주사 지분으로 전 계열사를 지배하게 돼 연봉공개에 따른 부담도 적어진다.

물론 지주회사체제 전환이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경영권 승계와 맞물린 곳은 복잡한 계산과 함께 큰 대기업 집단의 경우 수조원 대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기존 체제에서 얻는 이득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공정거래법상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제재는 강도를 더할 전망이다.

따라서 대기업은 일단 법안의 통과 상황을 보며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실제 과세가 이뤄질 경우 법적으로 다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미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배당소득세와의 이중과세', '계약 자유의 원칙 위배' 등을 문제점으로 꼽기도 했다.

A 대기업 관계자는 "여러 가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볼 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이 유리하고 검토도 하고 있으나 섣불리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며 "비용도 문제이고 사업상 유·불리도 다각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B 대기업 관계자는 "투자와 고용을 일으켜야 하는 시점에 지나친 대기업 옥죄기는 결코 우리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지배구조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지주회사가 만능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이라면 지주회사를 모두 검토해봤겠으나 공정위가 집중적으로 보는 내부거래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고민이 크다"며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대한 대응책은 따로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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