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정치적 저항에 직면했다. 전직 예산장관이 탈세 혐의로 기소되면서 취임 초부터 강하게 추진하던 반(反)부자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그는 관료의 재산을 낱낱이 공개함으로써 지지율 하락 국면을 돌파하려 한다.

올랑드가 75%에 달하는 부유세를 추진하면서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를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이른바 '세금 망명'을 선택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부유세 법안은 지난해 프랑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내년까지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밑으로 줄여야 하는 정부는 내년에 다시 부유세 법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처럼 긴축 의지를 불태우는 프랑스 정부에 탈세를 저지른 장관이 있었다는 사실은 정부 정책을 지지하던 시민에게 적잖이 충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제롬 카위작 전 예산장관은 20년간 해외 비밀계좌를 은닉한 사실을 숨기다 최근 발각됐다. 프랑스는 선출직 관료에 대한 투명성 관련 법규가 가장 느슨한 국가 중 하나다.

올랑드는 말로만 국민을 옹호하면서 부유한 생활을 하는 좌파를 일컫는 '캐비어 좌파'라는 비판을 진화하려는 듯 앞장서서 강력한 재산공개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장관 등 고위 공직자에 대한 재산공개를 추진했고 이제 차관급으로 재산공개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당장 장관들도 중고로 산 스쿠터, 자전거와 같은 시시콜콜한 재산까지 공개하면서 '수난'이라고까지 말하는 재산공개를 차관들이 반길 리 없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뭐니뭐니해도 이런 정부의 뼈를 깎는 노력이 제2, 제3의 카위작 스캔들을 막을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카위작이 공분을 샀던 이유는 해외 비밀계좌 의혹이 제기된 직후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재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관료들이 진실하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라면 재산공개라는 해법은 잘못된 것일 수 있다. 좌파 언론 리베라시옹은 사설에서 "부와 부정직함을 혼동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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