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부러진 화살 신드롬이 거세다. 부러진 화살은 노장 정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사법 정의에 대한 의문을 주요 줄거리로 하고 있다. 영화는 이른바 힘있는 사람들, 가진 사람들에 대한 민초들 불만의 카타르시스로 작용하며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만큼 민초들의 삶이 고달프다는 방증인 셈이다.

최근 금융시장에도 부러진 화살과 비슷한 사례가 불거졌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5일 긴급회의를 열고한화를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힌 대목이다.

당초 한화는 오너인 김승연 회장의 횡령 배임 혐의로 상장폐지실질심사대상에 올라 10대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거래정지에 몰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거래소는 석연찮은 이유로 한화에 면죄부를 줬다. 거래소는 "한화에 대한 실질심사 결과, 영업의 지속성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에 대한 상장 적격성은 인정된다"며 "경영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해 신뢰도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한층 강화된 내부통제 장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한화의 매매거래 정지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권력 생태계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100년을 이어온 재벌의 권력은 5년단위로 갱신되는 국가권력보다 강하다는 점이 극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한화가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는 지 증권시장의 거래 질서를 교란했는지 여부만 판단하면 됐다.매매 거래 정지로 시장 충격이 발생했다면 해당 주주들이 원인을 제공한 김승연 회장 등에 소송 등으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게 민주주의 올바른 작동 원리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만신창이가 됐지만 주주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으면어땠을까. 2009년 폰지금융 사기를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은법정 최고형인 150년형을 선고 받았다. 이에 앞서 2001년 미국 엔론의 전 CEO 제프 스킬링은 분식회계의 댓가로 24년4개월이라는 중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미국식 자본주의가탐욕의 결과물이라는 비난 속에도 왜 아직도 작동하는 지 웅변하는 대목이다.

'녹피(鹿皮)에 가로 왈자(曰字)', 사슴 가죽에 그려진 가로왈(曰)자라는 의미로 세로로 늘어나면 날일(日)이 되고 가로로 늘어나면 가로왈(曰)자라는 의미고'이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의미다.

힘있는 사람들,가진 사람들이 이현령 비현령,녹피에 가로 왈자를 일삼으면 금융시장에도 곧 부러진 화살이 나타날 것 같다.(정책금융부장)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