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오는 7월부터 일감 몰아주기 과세 법안이 처음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과세 대상과 방법을 둘러싸고 재계의 반발이 거세다.

그간 대기업의 총수 일가는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에 그룹 전체의 일감이 몰아주는 방식으로 사적인 재산을 늘리고, 편법으로 경영권 승계나 재산 증여를 해왔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이 같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바로 잡고자 추진됐으나, 취지와는 다르게 법안이 적용될 우려가 있어 일부 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011년 말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지배주주가 지분 3% 이상 보유하고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매출 비중이 30%가 넘는 기업의 지배주주와 친족은 2012년 발생한 이익분에 대해 7월 말까지 관할 세무서에 증여세를 신고ㆍ납부해야 한다.

18일 재계와 법조계는 현행 상속ㆍ증여세법 시행령이 업종에 대한 고려 없이 정상거래비율의 수준을 일률적으로 30%로 정한 데 대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핵심 사업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광고나 물류 부문은 정상거래비율을 30%보다 더 낮춰도 된다"며 "다만, 전자기기나 자동차 제조 등에서 핵심 부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려고 수직 계열화를 이뤄 계열사 간 거래를 하는 데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광고와 물류, 건설, SI 분야에서 계열사 거래 비중이 높아 비판을 받아왔던 현대차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작년 8월 기준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내부거래현황에 따르면 총수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30% 이상인 계열사는 현대차그룹이 4개로 가장 많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광고와 물류 분야에서 기존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에 수의계약으로 발주하던 물량 중 각각 1천200억원(65%)과 4천800억원(45%) 가량을 중소기업 직발주와 경쟁입찰로 전환한다고 전일 밝혔다.

다만, 현대ㆍ기아차의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모비스에도 현대차그룹과의 내부매출 비중을 30%로 적용해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하는 방안이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법률적 모순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정상거래비율을 '업종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돼 있으나, 시행령에서는 '업종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30%'로 규정돼있다"며 "이 같은 시행령 규정은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이 다른 기관에서 제정한 법규(행정명령)보다 우월한 효력을 갖는다는 법률 우위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소송 등 분쟁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기증여' 이슈도 제기됐다.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의 취지는 오너의 직계비속 등 특수관계자가 지배하는 회사(B)에 오너가 지배하는 회사(A)가 일감을 몰아줘 특수관계자에게 간접적으로 증여되는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다.

개정된 상속ㆍ증여세법 시행령은 지배주주 등이 100% 출자한 법인과의 거래비율은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지만, 100%라는 비중이 문제다.

오너가 A와 B에 각각 95%의 지분을 갖고 있어도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가 과세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우 오너가 특수관계인이 아닌 오너 자신에게 일감을 몰아준 것도 과세 대상이라는 전제가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의 취지에 들어맞느냐는 논란이 예상된다.

이 밖에도 완전포괄주의에 따라 2011년 이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증여세를 소급과세하는 문제와 이중과세(배당소득),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견ㆍ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과세에 대한 준비가 취약해 법률적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김현진 법무법인 세종 경제민주화 전담팀 파트너 변호사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내부거래비중이 큰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경영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기업은 법무팀 등을 통해 상당기간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만,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재무팀이나 기획팀 등에서 한정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상속ㆍ증여세는 과세 대상이 일감을 몰아받는 법인의 지배주주와 친족이지만, 공정거래법은 일감을 몰아준 법인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데 이 같은 기본적인 법률 사항에 대해서도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거래법상의 '물량 몰아주기'와 회사법상 '회사의 기회유용 금지 규정', 형사상 '업무상 배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광범위한 법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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