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건설경기 침체로 실적에 쫓긴 대형건설사 내부의 원가관리 강화방침이 건설현장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우수협력업체마저 소송으로 돌아서는 등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장기침체가 가시화된 이후 대형건설사의 공사 현장에 대한 원가관리가 강화되며 현장 담당자들의 재량이 대폭 줄어든 것도 원하도급 관계가 악화한 원인으로 파악된다.

연합인포맥스가 입수한 한 대형건설사의 현장 발송 공문을 보면 '적자보전 불가 원칙 준수', '본드콜(하도급보증서) 청구 의무화', '유동성 지원 원칙적으로 없음' 등의 문구가 눈에 띈다.

이는 협력업체의 미지급금 발생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지만, 현장 담당자들의 유연한 대처를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실제로 이 업체는 유형별 협력업체 처리방안과 매뉴얼, 부서별 역할과 프로세스까지 상세히 전달해 현장 담당자가 재량을 발휘할 여지를 차단했다.

이런 건설사 내부의 현장 통제강화는 그동안 쌓아왔던 원하도급사의 신뢰를 깨뜨리며 곳곳에서 잡음을 내고 있다.

유사 지침을 시행했던 한 대형건설사는 공사 현장에서 누적된 적자 때문에 협력사였던 하도급업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다른 대형사는 야간작업 강행을 지시하고도 본사 지침을 이유로 추가 공사비를 지불하지 않아 하도급사 도산의 원인을 제공하는 등 비난을 샀다.

이에 대해 한 하도급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원가관리를 이유로 하도급사와 형성된 기존 관계를 백지화하며 현장에서 잡음이 늘고 있다"며 "원하도급 사이의 신뢰가 깨지는 것은 대형건설사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건설산업 연구자는 "대형건설사를 종합계약자(General Contractor)라고 부르는 이유를 경영진들이 깨달아야 한다"며 "기술력 있는 하도급 업체들이 하나씩 무너지면 대형건설사의 경쟁력도 결국 함께 몰락하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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