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근혜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미래창조 경제의 산파역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해 올해에만 350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기획재정부 이석준 제2차관, 방문규 예산실장, 송언석 예산총괄심의관, 박춘섭 경제예산심의관, 진양현 행정예산심의관, 노형욱 사회예산심의관 이하 예산실 요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둔화에다 고령화 등으로 성장 잠재력까지 꺼지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의 활력을 되찾는 막중한 임무가 이들 앞에 놓여있다.

금융과 예산을 두루 섭렵한 이석준 2차관 및 방문규 예산실장 등 면면을 보면 잘해낼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이들이 직면한 도전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특히 기존의 도식적인 예산 집행 관행이 전면쇄신 되기 전에는 미래창조경제 라는 어려운 숙제를 풀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남아 있다.

미래창조경제의 핵심 어젠다 가운데 하나인 ICT 전문가들은 22일 현재와 같은 예산집행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며 두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 100억짜리 시스템 4억에 납품받고 특허권까지 소유=매일 아침 무심하게 타는 지하철. 언제부터인가 승강장과 전동차를 구분하는 슬라이딩도어가 들어서 있다. 선진국에서 온 외국인들도 첨단이라며 격찬하는 최고 수준의 안전시스템이다. 슬라이딩도어 설치 이후 승강장 안전사고가 거의 제로 수준까지 줄었다. 모 자치단체는 이런 슬라이딩 도어를 중앙에서 집중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납품 받았다. 간단하게 보이는 슬라이딩도어이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역사별이 아니라 전체 역사를 중앙에서 제어하는 탓에변수도 각 역사의 수만큼 발생하기 때문이다. 상당한 수준의 고차원 방정식이 적용되는 최고급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제어가 가능해 사실상 서구 선진국도 아직 개발을 완료하지 못한 시스템이다.

이런 정도의 시스템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는 최고위 안전등급을 받아야 하는 만큼 해외에서는 수십억원에 육박할 정도의 고가를 보장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당 소프트웨어에 대한 특허권은 납품 업체에 남아 추가적인 사용료와 유지보수 비용도 받는 게 글로벌 관행이다.

글로벌 관행대로 했다면 해당 업체는 이미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스타플레이어가 됐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이 업체는대형 건설업체의 하도급 대금으로 받은 4억원을 버는 데 그쳤다.

그렇다고 해당 자치단체가 잘못한 것도 아니다. 예산 집행 규정 등이 엄격한 탓에 소프트웨어 가격을 별도로 책정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가격을 과도하게 책정할 경우 감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적정한 예산편성의 걸림돌인 것으로 진단됐다. 소프트웨어 가격에 대한 적정한 평가 모델조차 없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을 나온 해당 업체 대표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탁월한 실력을 갖춘 후배들이 돈 많이 버는 의학전문대학원이나 여의도 파생금융전문가로 진로를 수정하고 있다"며 씁쓸해 했다.

▲ 세계에서 세번째로 성공한 핵융합발전, 주인공은 ..= 과천과학관에 가면 K스타라는 핵융합 발전 모델이 전시돼 있다. 프랑스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쾌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개발 현장을 방문해 축하할 정도였다. 지금 이 연구프로젝트를 책임졌던 석학은 한국에 없다. 이 석학은 쥐꼬리 예산 배정에 이어 각종 감사와 간섭하는 당국에혀를 내두르며 결국 해외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예산이 제대로 배정되지 않아 연구를 하면서도 볼트 죄는 일도 직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핵융합 기술 수준을 한 단계끌어올리고 싶다던 이 과학자는결국 후진적인 예산 배정 시스템에 무릅을 꿇고 말았다. 지금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에서 가속기 전문가로 학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두 가지 사례만 보면창조경제는 아직 먼 곳에 있는 것 같다.예산 집행은 각종 정책을 시현하는 종합예술이다.대한민국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창조경제의 성패는 눈밝은 예산라인의 실력에달렸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예산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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