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들이 지난 주말 워싱턴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코뮈니케)'에 대해 한국의 정책 당국만이 나홀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코뮈니케를 작성한 공동저자인 일본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와 이를 해석하는 금융시장 등 독자들이 하나같이 G20가 엔저를 용인했다고 평가하는 반면, 공동저자의 하나였던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만이 다른 목소리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직후 자국의 양적 완화정책과 이에 따르는 엔저현상이 G20에서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고 해석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G20 이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양적 완화조치는 디플레이션을 멈추고 내수를 지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G20가 일본의 대담한 완화정책을 지지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아소 다로 재무상도 같은 기자회견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해 이견이 나오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국내외 금융시장도 비슷하다. 하나같이 G20 코뮈니케를 통해서 일본의 양적 완화를 인정함으로써 사실상 엔저현상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줬다는 평가했다.

22일 글로벌 외환시장에 달러-엔 환율은 장중 99.88엔까지 치솟았다. 이는 엔화의 약세는 G20가 일본의 양적 완화를 내수 확대를 유도하는 것으로 진단하는 등 이번 G20가 엔저현상을 사실상 용인했다는 해석이 엔화 약세의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김중수 한은 총재는 G20가 일본의 엔저에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김 총재는 21일(현지시간) "G20 코뮈니케는 특정 나라를 잡아 질책할 수가 없다. 이 정도면 모두가 일본의 엔저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도 'G20 엔저용인 여부에 대하여'라는 보도참고자료를 엔저를 용인했다는 국내외 언론보도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기재부는 "일본 양적 완화정책의 목적을 디플레이션 탈피와 내수회복으로 제한했고 환율을 경쟁력 강화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적 완화 통화정책이 지속될 경우 초래되는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코뮈니케에서 통화정책이 물가안정 이외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경고한 최초의 문구라고 부연했다.

이러한 내용이 G20 코뮈니케에 실리는 데 한국의 역할이 컸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초 G20 코뮈니케 초안과 달리 양적 완화의 목적이나 향후 부정적 효과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그 결과가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정책과 환율정책은 다르다. 경기부양을 위한 일본의 양적 완화를 엔저용인으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일부 부작용에 대한 평가에도 양적 완화 자체를 차단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엔저를 용인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번 G20회의에서 일본이 성장지원을 위해 양적 완화를 추진한다는 의견을 밝혔으나 한국은 성장지원을 위한 일본의 양적 완화조치가 엔저용인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내수부양에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일본의 양적 완화조치가 궁극적으로 엔저현상을 통한 경기부양이라는 의도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금융시장이 G20의 양적 완화정책 인정을 결국 엔저현상에 대한 암묵적인 용인으로 해석하면서, 기재부의 논리를 옹색한 반박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이번 G20 회의에서 한국은 여전히 신흥국의 하나로서 소수의 목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미국과 중국, 유럽 등은 당분간 엔저를 저지할 의도가 없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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