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탈리아 역사상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나왔다. 보통 대통령 본인의 의지로 재선에 도전하지만 고령의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한참을 거부하다 녹초가 된 채로 대통령직을 수락했다.

민주당의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대표가 애초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프랑코 마리니 전 상원의장과 로마노 프로디 전 총리가 당 안팎의 반발로 투표를 네 번이나 거친 끝에 연거푸 탈락했다. 이에 베르사니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마리오 몬티 과도총리 등이 잇달아 대통령관저를 방문해 나폴리타노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망 있는 나폴리타노가 대통령직을 유지하면서 정국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나폴리타노 재선임 자체가 이탈리아 정치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면 정치 위기가 계속해서 금융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

스피로 소버린 스트래티지의 니컬러스 스피로 이사는 "(나폴리타노의 재선은) 이탈리아 정치권의 완전한 기능 장애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폴리타노는 새 인물, 새 정책, 그리고 거대 정당에 의해 압도되지 않은 형태의 정치를 요구하는 젊은 세대의 요구를 거스르는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2월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오성운동(M5S), 소수 정당인 좌파환경자유당(SEL), 그리고 민주당 내에서도 마테오 렌지와 같은 소장파가 젊은 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주류 정당은 이들의 요구를 무시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나폴리타노의 복귀는 (주류 세력이) 이상한 방식으로 패배를 인정한 것임과 동시에 충격적인 고집부리기라고 말했다.

나폴리타노의 재선임으로 베르사니는 씻을 수 없는 패배를 맛보게 됐고 베를루스코니의 입지는 오히려 유리하게 됐다.

베르사니는 자신이 지지한 후보들이 연달아 낙마하자 민주당이 이번 5차 투표에 기권하고 다른 정당들과 대화에 나서는 한편 자신은 대통령이 선출되는대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나폴리타노는 베르사니와 베를루스코니 모두가 지지한 인물로 앞으로 베를루스코니가 주장했던 좌·우파 연합 전망에 살아났다. 이코노미스트는 민주당과 국민당이 연대한다고 하더라도 베를루스코니가 정부 요직을 차지할 수는 없겠지만 여러 소송에 시달리는 그가 국정에 관여할 힘을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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