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위기 속에 기회를 모색하는 투자자들이 키프로스 예금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 부실로 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게 된 키프로스는 국외로 자본이 대거 유출하는 상황을 막고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엄격한 자본 통제 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한 사람이 하루에 300유로까지만 인출할 수 있고,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업무도 중단됐다. 또 국외로 나가는 경우 가져갈 수 있는 돈을 1천유로로 제한했다.

이 가운데 부실채권 투자자와 브로커들이 동결된 예금을 헐값에 사겠다는 의도에 키프로스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투자자들은 저렴하게 예금을 사들여 장래에 큰 수익을 모색할 수 있다. 예금을 찾지 못하는 예금자들도 은행 구조조정이 끝날 때까지 몇달 혹은 몇년간 기다리는 대신 즉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본 통제로 키프로스 양대 은행에 묶인 자금은 약 110억유로로 추정된다.

런던 소재의 엑시토 캐피털은 키프로스가 위험을 감수하려는 투자자와 불행히도 은행에 발이 묶인 예금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사례라고 말한다. 엑시토를 운영하는 벤 로젠버거와 미셸 델 보는 모두 리먼브러더스 부실채권 트레이더로 일한 바 있다. 델 보는 "키프로스에 예금을 갖고 5년씩이나 부실 투자를 계속하는 것이 기업의 역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직 거래가 본격화하지는 않아 잠재적 투자자들이 키프로스 변호사들에게 예금을 사는 것이 가능한지 문의하는 단계다. 매매 당사자들이 생각하는 적정한 가격대도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리마솔 소재 변호사 앙겔로스 파피티스는 한 부실채권펀드가 자신에게 연락해 구체적인 법률문제를 논의해보자고 제안했다면서 이들은 예금 액면가의 20%에 예금을 사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예금 매매가 합법이고, 적정 거래가가 형성되면 키프로스 은행 예금을 취급하는 유통시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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