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그룹이 계열사의 잇따른 담합 적발에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대기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연이어 적발된 담합행위가 삼성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킬지 신경 쓰는 모습이다.

6일 삼성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미 담합 근절을 천명한 삼성그룹은 내부감찰을 강화하는 등 후속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단 강력한 징계보다는 원인 파악과 예방책 마련에 더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담합 줄줄이 적발 = 최근 들어 삼성 계열사들의 담합 사실이 잇따라 드러났다.

실제로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부의 잠수함 장비 연구개발 사업 입찰에 참여하면서 담합한 혐의로 삼성탈레스를 비롯해 LIG넥스원·STX엔진·한화에 과징금 59억9천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그 중 삼성탈레스가 내야 할 과징금은 26억8천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탈레스는 삼성테크윈과 프랑스의 탈레스사가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합작 방산업체다.

지난달 12일에는 삼성그룹의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세탁기와 TV, 노트북 등의 가격을 LG전자와 담합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250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또, 삼성생명은 지난 10월 말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과 함께 변액보험 담합 사실과 관련해 공정위에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자 감면)를 신청했다.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하면서 과징금 할인을 요청한 것이다.

◇삼성, 담합 적발로 '여론악화' 우려 = 이처럼 연이어 담합 사실이 적발되자 삼성에 대한 여론은 나빠지고 있다.

특히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등 막대한 이익을 내는 삼성전자가 지난 2010년에 이어 2년 만에 또다시 담합행위가 적발됐다는 점과 삼성생명이 리니언시 신청을 통해 과징금을 50%가량 감면받고도, 과징금이 많다며 추가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연합회와 금융소비자연맹 등은 삼성을 상대로 소비자 피해 관련 소송을 제기했고, 공정위는 이와 관련된 비용을 보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0년까지 이건희 회장 비자금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뒤 어느 대기업보다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가장 앞장서서 협력사 동반성장 계획 발표와 MRO 사업 철수, 커피·베이커리 사업 철수 등을 시행한 삼성으로서는 이런 상황이 반가울 리 없다.

특히 최근 선거철을 앞두고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인 반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연이은 담합 적발이 삼성에는 큰 부담이다.

삼성그룹의 관계자는 "최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상황에서 일부 계열사의 부적절한 처신이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대책 마련 분주..'징계인사'는 크지 않을 듯 = 이에 따라 삼성은 그룹이 직접 나서 담합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25일 삼성사장단협의회에서 김순택 삼성그룹 부회장은 "담합은 명백한 해사행위"라며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현재 미래전략실 준법경영실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삼성이 준비 중인 대책은 담합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인식전환과 제도 마련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담합에 연루된 직원에 대해서는 사규에 따른 조치가 취해질 예정이지만, 징계 대상이 사장단으로 확대되는 등의 강도 높은 인사조치가 취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는 여전히 삼성 내부에서는 담합행위가 일하는 과정에서 인식 부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직원 중 상당수는 담합을 하면서도 열심히 일한다고만 생각했지 그것이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한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담합에 대한 정확인 인식을 심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그룹에서 '각 사장이 책임을 지고 임하라'고 지시한 것이 담합에 연루된 계열사 사장을 처벌한다는 뜻으로 전해지기도 했는데 이는 오해"라며 "각 계열사 사장이 직접 나서서 담합을 근절시키도록 노력하라는 것이지 처벌을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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