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대형 유통업체들이 과도하게 늘어난 차입금을 줄이고,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한 밑천을 마련하고자 보유중인 자산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사업 특성상 부동산 자산이 많은 편으로 이를 활용해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매각후 재임대) 방식의 자산 처분에 주력하고 있다.

25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롯데쇼핑과 이마트, 홈플러스는 작년 말 기준으로 각각 12조8천억원, 7조7천억원, 4조1천억원에 달하는 자산(유형자산+투자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24조원이 넘는 규모다.

그간 이들 유통업체들은 보유자산을 매각하면서 자금을 확보해 왔다.

롯데쇼핑은 지난 2008년 3개 대형마트를 매각하고서 14년간 임차하는 조건으로 2천20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이어 2010년 GS리테일의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인수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분당 백화점과 전국 5개 마트를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해 6천억원 가량을 조달하기도 했다.

홈플러스도 작년 4개 점포를 세일앤리스백으로 매각해 6천3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올초에도 국내 최대 신선식품 전문 물류센터인 안성물류센터를 같은 방식으로 팔아 900억원을 조달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이러한 자산 매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은 보유중인 투자부동산을 매각하려고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오피스빌딩 매매 자체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대형 마트가 보유중인 투자부동산 등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선호 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점도 대형 유통업체들에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 여파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데 대형 유통업체들의 투자부동산이 그 대상 중 하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임차인이 해당 업체 한 곳이고, 업태 특성상 15∼20년 가량 장기 임차가 가능하다"며 "일반 오피스빌딩을 인수하는 과정 보다 복잡하지 않고, 대형마트의 현금흐름이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장기 임차로 전환해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마트 입장에서는 투자부동산을 매각하더라도 크게 손해 볼 게 없다. 장기간 재임대로 해당 매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특히 차입금이 확대되는 것을 투자부동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줄일 수 있어 재무개선 효과도 볼 수 있다. 여윳돈이 생길 경우 사업 확장을 위한 종잣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안나영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당분간 대형 유통업체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해 나갈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세일앤리스백을 활용한 자산 매각을 활발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유통업체들은 부동산 자산의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아 가급적 투자부동산을 매각해 자금을 선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형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점포 보유를 통해 부동산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도 있었으나 더 이상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경쟁이 치열한 핵심 상권에 위치한 곳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자산을 매각 또는 유동화 해 자금을 조달하는 게 재무 안정성을 높이고 사업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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