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롯데와 신세계, 홈플러스, 국내외 PEF 등이 하이마트 인수전에 뛰어든 가운데 PEF를 제외하고 유통업체들의 인수 자금동원능력에 관심이 쏠린다.

6일 연합인포맥스의 재무제표 분석(화면 8108, 8109)과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PEF를 제외한 유통 3사의 재무상태는 각기 특색을 가졌다.

보유현금 규모에서는 롯데쇼핑이 단연 앞서고, 보유자산 활용도 면에서는 신세계가 돋보인다.

홈플러스는 보유현금과 재무지표, 현금창출력(EBITDA) 면에서 모두 다른 후보보다 떨어지지만 롯데·신세계보다 훨씬 막강한 최대주주를 뒤에 세워두고 있다.

결국, 이번 M&A는 인수자의 자금력보다는 오너의 의지가 관건인 셈이다.

◇롯데쇼핑, 자금력 막강..차입여력도 충분 = 우선 보유 자금만 놓고 보면 롯데의 우위다.

롯데쇼핑의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 규모는 IFRS 연결 기준 지난해 3분기 말 무려 8조6천203억원에 이른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카드금융자산이 6조원을 넘는데 이를 유동화해 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

사업 확장으로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117.8%와 31.5%로 조금씩 증가 추세지만, 순차입금의존도는 여전히 4%에 불과하다. 총차입금이 9조8천825억원에 달했음에도 보유 자금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롯데쇼핑은 인수가격이 최대 2조를 넘길 것으로 보이는 하이마트를 외부 차입 없이 인수할 수 있다. 설사 차입을 한다고 해도 2조원이 훌쩍 넘는 EBITDA를 고려하면 하이마트가 큰 재무 부담을 가질 매물은 아니다.

◇신세계, 현금은 적지만..삼성생명 지분 활용(?) = 신세계의 경우 보유 자금면에서는 롯데쇼핑보다 훨씬 부족하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은 454억원에 불과하다. 이마트(1천31억원)를 합쳐도 약 1천500억원 수준이다.

물론 분할 전 EBITDA가 1조4천억원 수준이라는 점과 신세계와 이마트의 양호한 재무지표를 고려하면 차입을 통한 인수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3분기 말 신세계의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의존도는 각각 83.9%와 17.2%, 이마트의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의존도는 92.3%와 23.7%로 양호하다.

특히 신세계는 삼성생명 지분을 인수 자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신세계는 삼성생명 지분 3.7%, 이마트는 7.4%를 보유 중이다. 이를 현재 시가로 하면 각각 6천300억원과 1조2천700억원 가량이다.

점포 확장으로 투자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보유 자산을 활용해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충분히 가능한 셈이다.

◇홈플러스, 세계적 유통 대주주만 믿는다 = 홈플러스는 M&A를 하려면 외부차입이나 대주주의 자금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EBITDA가 나쁘지 않지만, 단독으로 하이마트 인수하기에는 부담이다.

GAAP 기준 지난해 11월 말 홈플러스의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48억원이고 홈플러스와 테스코가 지분 50%씩 보유한 홈플러스테스코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2월 말 6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말 홈플러스의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의존도는 298.2%, 55.1%나 된다.

홈플러스의 EBITDA가 약 7천억원에서 8천억원 정도라면 결국 하이마트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

홈플러스의 대주주는 영국의 테스코. 지난해 삼성물산 지분을 전량 인수하며 삼성과 결별했다. '다행히' 테스코는 지난해 2월 말 기준 매출규모 107조원을 자랑하는 세계 3위의 대형 소매유통업체다. 테스코가 마음만 먹으면 롯데, 신세계와의 베팅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검증된 PEF..결국 의지 문제 = 이밖에 MBK파트너스와 칼라일, KKR 등 국내외 유명 PEF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거론된다. 유명 PEF의 자금동원력은 그동안 여러 M&A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인수전 결과가 기존 임직원 승계 문제 등을 논외로 하면 각 후보들의 자금력이 아닌 오너의 의지에 달렸다는 게 IB 업계의 진단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PEF를 제외한 3개사 모두 양호한 EBITDA와 재무융통성을 가졌다"며 "그러나 자금력만 놓고 보면 롯데쇼핑이 우위에 있고 차입능력에서는 롯데와 신세계가 비슷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경우 투자에 따른 차입금이 과중하지만, 주주사가 회사채를 인수해주고 있어 사실상 자본금 성격"이라며 "만약 홈플러스가 하이마트를 인수하게 된다면 테스코의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따라서 이번 M&A에서는 인수후보들의 자금력보다는 오너의 의지, 하이마트 임직원 승계 문제 등 다른 변수가 승패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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