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한국전력 계열 D발전과 나머지 계열 발전자회사들의 금리를 한 번 비교해 보면 기가찬다"

증권사 DCM(부채자본시장) 관계자들의 푸념이다.

이 관계자들의 말대로 D발전과 나머지 발전자회사들이 발행하는 회사채 금리를 보면 상당한 차이가 난다.

D발전이 지난 달 13일 발행한 3년물과 5년물 회사채의 발행금리는 각각 2.73%와 2.86%였다.

같은 달 26일 N발전이 발행한 3년물과 5년물 회사채 발행금리는 2.63%와 2.77%였다. 시기상 차이가 있긴해도 신용등급이 'AAA'로 같은 두 회사간 금리차이는 거의 10bp에 달했다.

D발전이 회사채를 발행한 뒤 N발전이 회사채를 발행하기까지의 기간에 국고채 금리는 3년물과 5년물이 각각 3bp와 5bp 떨어졌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N발전은 D발전보다 지나칠 정도로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한 셈이다.

두 회사의 국고채 금리대비 민평스프레드는 거의 같다. 한전 계열 발전자회사로서 사업구조가 다르지 않은데다 신용도도 같고 특별히 차이를 둘만한 요인이 없다.

나머지 발전자회사들의 회사채 발행금리 추이를 보더라도 이러한 현상은 거의 동일하다. D발전만 유일하게 '높은'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단순하다. 한전 계열 발전자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D발전만 수요예측을 통해 금리를 결정하고 있어서다.

나머지 회사들은 모두 일괄신고서를 제출해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어 수요예측을 피하고 있다.

일괄신고는 기업이 1년 이내에 발행할 회사채 규모를 금융당국에 신고하고서 3회 이상에 거쳐 원하는 시기에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자금조달 횟수나 규모가 큰 금융사들이 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의 조달 편의성을 고려한 조치다. 물론 기업의 자금조달이 한번에 노출되는 불편함도 있다.

하지만 한전 계열 발전자회사나 금융사들처럼 신용도가 우수한 기업들에게는 단점 보다 장점이 더 많은 제도다.

일괄신고서를 제출하면 수요예측을 실시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기업들은 투자 수요를 고려해 주관사와 협의를 통해 금리를 조정, 확정짓는다.

하지만 함정이 숨겨져 있다. 발전자회사들은 협의대상인 증권사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갖는다. 당연히 금리 협상력도 높다.

이렇다 보니 무리하게 금리를 낮춰 달라는 요구를 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25일 "발전자회사들이 모기업인 한전 보다 훨씬 낮은 금리를 요구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회사채 발행금리 정상화를 위해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됐지만 일괄신고서를 제출하고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에게는 딴 세상 얘기다.

증권사들은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금리를 낮춰준다. 발행금리가 낮아지면 증권사들은 인수한 물량을 수수료 녹이기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아진다.

물론 제대로 대응을 못하는 증권사들도 문제가 있다. 증권사들은 경쟁이 심하다 보니 어쩔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자업자득이라는 지적이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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