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폴란드와 러시아의 관계는 한국과 일본 관계에 자주 비유된다. 가까이 있지만 서로 적대적인 감정을 가진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1795년 러시아가 폴란드를 지배한 것이 직접적인 이유라고 하는데 이미 10세기에 폴란드가 가톨릭을, 러시아가 그리스 정교를 국교로 수용하면서부터 양국은 문화적 차이로 갈등을 키워왔다. 지난해 폴란드와 러시아가 유로 2012 A조 2차전에서 맞붙었을 때의 살벌한 분위기는 언론에서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양국 응원단이 싸우면서 유혈사태가 벌어지기도 했고 러시아는 무장한 전사가 그려진 커다란 현수막에 '이것이 러시아다'라는 문구를 적어 폴란드를 위협하듯 경기장에 걸어놓기도 했다.

양국은 1년 뒤 키프로스 금융 부실 문제에서 다시 마주쳤다. 키프로스 정부가 10만유로 이상의 예금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키프로스에 자금을 예치한 러시아 개인, 기업들은 당장 손실에 직면했다. 이를 비웃듯 폴란드는 키프로스와 체결한 투자보호협정으로 자국인들이 보호를 받게 됐다고 자랑처럼 보도했다.

폴란드 일간지 '풀스 비즈네수(Puls Biznesu)'는 지난 17일자 보도에서 폴란드 정부와 키프로스에 투자한 폴란드 기업들의 선견지명 덕분에 키프로스 투자자들이 안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폴란드 투자자들이 예금이 손실될 위험에 대비한 강한 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 무기는 폴란드와 키프로스 정부가 1992년 6월 바르샤바에서 체결한 상호 투자자 보호협정. 이 협정을 통해 키프로스 은행에 예금을 가진 폴란드인들은 금액에 상관없이 예금을 모두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고 이 일간지는 설명했다. 로펌 덴튼스의 보시에치 코즐로프스키 변호사는 이 협정에 참여하지 않은 러시아, 독일, 영국, 미국 등의 기업을 통해 투자한 상품에 대해서도 폴란드 투자자들은 투자금 보전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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