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만기도래 ㈜STX 회사채 2천억 긴급지원

"경영정상화 필요하면 강덕수 회장 도움받을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채권단이 STX그룹의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체결 대상 계열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3일 STX조선해양에 이어 지주사인 ㈜STX와 STX중공업, STX엔진과도 별도의 자율협약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TX그룹은 산은에 ㈜STX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들도 자율협약을 체결해 달라고 신청했고, 산은은 그간 STX그룹 계열 전반에 대한 재무상황을 점검하면서 STX그룹의 요청을 수용할 지 여부에 대해 검토해 왔다.

현재 정밀실사가 진행중인 STX조선해양은 이미 채권단 동의절차를 모두 거쳐 사실상 자율협약 체결이 결정된 만큼 산은은 ㈜STX와 STX중공업, STX엔진에 대해서만 별도로 채권단 동의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산은은 채권금융기관을 상대로 약 일주일간 말미를 주고 동의서를 받을 예정이다. 채권단의 동의가 이뤄지면 직후 STX조선과 마찬가지로 실사 작업에 착수한다.

자율협약은 채권 은행 간에 맺는 일종의 신사협정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보다 강도는 낮다.

다만 채권단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 주는 대신에 그에 상응하는 자구노력과 구조조정을 강하게 요청할 수 있어 재무구조개선약정보다는 수위가 높아 사실상 '준 워크아웃'에 버금간다.

STX조선에 이어 ㈜STX와 STX중공업, STX엔진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으면 일정 기간 채무 상환을 유예받고, 긴급 자금도 지원 받을 수 있어 유동성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STX는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렵고 현재 보유중인 자체자금이 거의 없어 이달 14일 만기가 돌아오는 2천억원의 회사채를 상환 또는 차환하지 못할 경우 디폴트 상황에 처할 입장이었다.

이번에 자율협약 체결 대상에 포함되면서 채권단으로부터 긴급 자금을 지원받아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다.

산은은 6일 채권단 회의를 갖고 ㈜STX의 만기 도래 회사채 상환을 위한 긴급 자금 지원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STX는 올해 7월과 12월에도 각각 800억원과 2천억원 등 2천8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데 이 또한 채권단의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TX중공업과 STX엔진은 올해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없다.

하지만 STX조선 등 계열사로부터의 매출채권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대출 만기 연장이 막히면서 대출 원리금을 연체하고 있다.

STX중공업이 306억원, STX엔진이 792억원을 연체중인데 채권단 지원으로 해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STX조선에 대해서는 만기 도래 회사채 상환 등의 용도로 6천억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채권단이 이처럼 STX그룹 주요 계열사들로 자율협약 체결 대상을 확대한 것은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선업황의 극심한 침체가 장기화 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STX그룹의 자체 노력만으로는 현재의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없다고 보고 결국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를 통한 경영정상화에 나서기로 했다.

자율협약 체결 대상 확대 '카드'를 통해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 상황을 더 이상 확산하는 것을 사전적으로 막아 보자는 취지다.

STX중공업과 STX엔진의 핵심 사업은 STX조선과 긴밀한 관계로 맞물려 있다.

STX중공업은 선박엔진 부품과 선박기자재 등을 주요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매출의 95% 이상(STX메탈과의 합병기준)을 STX엔진 등 그룹내 계열사에서 내고 있다.

선박엔진 제작을 핵심으로 하는 STX엔진의 매출 가운데 35% 정도도 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하고 있다.

STX조선과 STX중공업, STX엔진은 사업 성격상 사실상 하나의 '패키지'인 셈이다.

㈜STX의 경우 조선 관련 3개 계열사와의 사업 연관성은 떨어지지만 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최상단에 위치한 지주사라는 점이 고려됐다.

지주사의 자금 사정 악화가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할 필요가 있어서다.

채권단 공동관리가 사실상 그룹 전체를 겨냥하고 있고 향후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지주사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STX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로 들어가게 되면서 오너인 강덕수 회장은 ㈜STX 등 계열사의 보유 지분 대부분을 채권단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STX조선의 자율협약 체결 신청 때 긴급 자금을 지원 받는 조건으로 보유중인 STX조선의 지분에 대한 처분 및 의결권 행사 제한 위임장과 구상권 포기각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채권단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강덕수 회장의 도움을 최대한 받겠다는 입장이다.

류희경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오너를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안된다"며 "필요하면 당연히 오너의 도움을 받아 조속히 경영정상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율협약 대상 기업들에 대한 채권단의 자금 지원 규모와 관련해 류 부행장은 "실사를 해 봐야 구체적인 규모를 산정할 수 있어 현재로선 얼마나 될 지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TX그룹의 해외 법인 매각 상황에 대해서는 "STX그룹이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STX프랑스와 핀란드를 매각할 의사가 있어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고, STX그룹이 자본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STX대련과 관련해서는 "(채권단의) 직접 지원은 힘들다"고 말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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