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희 전 국토해양부 차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남승표 기자 = 한만희 전 국토해양부 차관은 장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부동산 시장이 도약하려면 '부동산 금융'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만희 전 차관은 "부동산 금융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부동산 시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며 "세원이 확보되고 지하경제 양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30년 넘게 건설주택정책을 담당했던 전문관료의 처방으로는 다소 의외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만 교수와 함께 500쪽이 넘는 '부동산투자금융론'을 집필한 그의 이력을 고려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만희 전 차관은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국토부 주택토지실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국토부 1차관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모교인 연세대에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합인포맥스는 6일 연세대 연구실에서 한만희 전 차관을 만나 금융과 부동산의 관계와 부동산 시장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부동산 금융에 대한 관점이 궁금하다.

▲공개된 부동산 금융상품으로 투자하고 정확한 기준에 의해 거래하는 것이 전체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예측가능성을 높인다고 생각한다. 과거처럼 부동산 수요자들이 중개업자 끼고 하는 1차원적인 투자는 벗어나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금융이 조정 단계에 들어갔다. 미국처럼 최첨단의 그런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보지는 않지만,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금융상품은 적극적으로 발전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표적인 게 바로 리츠다. 공직에 있을 때 관련 법을 만들기도 했지만, 소액투자자도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고, 또 국민이 부동산에서 나온 이득을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는 것이 부동산 시장 안정과 투자대상을 찾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리츠라는 건 부동산을 유동화시킨 것이다. 이것이 공모를 통해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되는데 상당히 안정적이다. 크게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고. 이런 특성이 있어 주식시장을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우리는 아직 그 정도 단계에 못 갔기 때문에 공모에 대한 인지도도 낮고, 수익률에 대해 부정적이기도 하다.

지금 시장에서 부동산 펀드와 리츠가 정확하게 인지되지 못하고 있는데 펀드가 단기 투자라면 리츠는 장기투자이다. 리츠는 호텔이든 병원이든 부동산을 대상으로 장기 투자해두고 임대료를 받아 배당하는 것이다. 이걸 조합해서 단기 투자하는 펀드를 구성할 수는 있다.

--부동산 금융의 역할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부동산 시장을 보자. 경기가 식었다고 실수요자도 안 산다. 너무 빨리 식고 너무 빨리 하락하고. 부동산 금융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부동산 시장이 된다. 리츠가 들어오면 거래가 투명하게 노출된다. 세원이 확보되고 눈먼 돈이 없어진다. 지하경제 양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부동산 서비스산업도 더 커질 수 있다. 지금 부동산 산업 구조는 건설이 대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서비스라 할 만한 것이 실내장식, 이삿짐센터 수준이다. 저금리로 투자 대상을 고민하는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서비스가 없다. 부동산 투자 컨설팅, 모기지 금융 중개 등 다양한 서비스업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리츠나 부동산 펀드가 기반이 되어야 가능하다.

예를 들어 주택실수요자에게는 몇 년 이상 거주했을 때 최종적으로 남는 자본가치가 얼마인지, 같은 금액을 정기예금했을 때와 비교하면 어느 쪽 수익이 나은지 비교 분석해주는 서비스 등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택에 대한 투자가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기관투자자들도 관심은 있지만, 수익률이 걸린다고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희망 임대주택 리츠를 출범시켰는데 이런 것이 필요하다. 아직 민간에서 하기 어렵다면 건설공제조합이나 대한주택보증처럼 건설업 활성화가 필요한 금융기관들이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리츠를 통해 다양한 건축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고 이것이 결국 산업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지방에 별장을 가지고 싶지만 1가구 2주택이 부담스러운 투자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런 투자자를 모아 리츠가 지방에 별장을 짓는다. 콘도처럼 이용하면서 배당수익도 얻을 수 있다.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자녀를 보내는 부모를 대상으로 기숙사를 짓는 리츠 상품을 팔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건설업도 활성화되고 주거 수요도 만족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들이 가능해지려면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부동산 금융과 공간에 대한 인센티브를 섞은 새로운 정책수단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국토교통부에는 그동안 신도시 건설,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개발사업을 경험하며 쌓아온 노하우들이 축적되어 있다. 이런 무형의 자산들을 세제혜택이나 금융지원과 함께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해당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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