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슬로베니아가 신용등급 강등에도 국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당장 급한 불을 껐다. 슬로베니아 정부는 지난 3일 약 35억달러 규모의 국채 발행에 성공해 당장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정부가 자발적으로 부실 금융권에 대한 개혁 작업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여섯 번째로 구제금융을 신청할 공산이 크다.

알렌카 브라투세크 슬로베니아 총리는 슬로베니아의 국채 규모가 유로존에서 적은 축에 속한다고 했지만 금리 부담이 만만치 않다. 지난주 국채 발행 때 슬로베니아 정부는 10년물 국채에 금리 6%를 지급하기로 했다. 독일은 물론이고 이탈리아, 스페인과 같은 다른 재정 부실국들의 국채 금리가 수년래 최저치를 구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유라시아그룹의 무차바 라만 이사는 국채 발행으로 정부가 구조 개혁을 등한시한다면 국채 발행이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성공적 국채 발행이 슬로베니아 정부나 경제에 대한 신뢰의 표시가 아니었으며 단지 투자자들이 고금리에 끌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슬로베니아는 키프로스와 마찬가지로 금융권 부실이 가장 급한 현안이다. 슬로베니아의 금융권에는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하는 68억유로어치의 무수익여신(NPL)이 있다. 슬로베니아는 경기 침체에 빠져 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전역에 퍼진 침체 기운은 나아지기 어려워 보인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가 올해 내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봤다.

취임한 지 한 달 남짓밖에 되지 않은 브라투세크 총리는 오는 9일 EU 집행위에 금융 회복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대형 국영은행을 민영화하는 것이 우선이며 부실 대출을 인수할 배드뱅크도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은 거창한 계획보다는 정부의 진정성 담긴 실천력을 확인해야 슬로베니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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