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 취약국을 압박하는 강도 높은 재정 긴축의 고삐가 느슨해지고 있다. '긴축만 강요하는 것은 우리를 죽이는 것'이라며 독일 등을 비판하던 재정 취약국들은 실제로 적자 감축 시한을 연장하는 방법 등을 도입하려 한다. 긴축을 감독하는 역할을 하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이러한 움직임을 허용하는 모습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기준금리를 낮추고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인하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도 "부채 비율을 낮추려면 회원국들이 정부 적자를 줄이는 노력을 흩트리면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몇 국가에선 기존의 긴축적 재정 정책을 수정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당국자들의 말이다. 이들이 적자를 줄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집행위와 협의해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씨티그룹의 지아다 지아니 이코노미스트는 "전체 (적자) 감축 규모에는 변화가 없겠지만 감축이 장기간에 걸쳐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조정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긍정적이기는 할 것으로 봤다.

감독 당국에서도 긴축 강도를 완화하는 시도에 유화적인 자세를 보였다. 올리 렌 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3일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프랑스의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로 낮추는 시한을 2년 연장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감축 시한을 2년 연장하는 방안을 수용했다. 그는 또 유럽의 재정 위축세가 느려지고 있다면서 긴축 기간을 늘릴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EU의 재정 긴축 규모는 역내 총생산의 1.5%p 정도인데 올해는 그 절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집행위는 '구조적 예산 적자'라는 개념을 사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구조적 예산 적자는 성장률 변동의 여파를 상쇄해 근본적인 경제의 강도를 측정하는 지표다. 이는 성장률이 예상치에 못 미치는 바람에 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국가에 집행위가 추가 예산 감축을 강요하지 않을 것임을 뜻한다. 렌 위원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유로존의 완화된 재정 규제, ECB의 결단력 있는 행동은 "우리가 재정 정책을 더 중기적인 관점에서 시행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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