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유럽중앙은행(ECB)의 노력이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환율전쟁을 촉발한 주범으로 ECB를 지목하기도 하지만 쓰러져가는 재정 취약국과 금융권에 대한 ECB의 지원을 절실히 기다리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주 ECB가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시장이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은 기준금리 인하에 더한 추가 조치가 없었던 데 시장이 실망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시장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전환할 수 있다고 시사한 뒤에야 환영의 뜻을 보였다.

사실 금리 인하는 그 효과를 둘러싸고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금리 인하의 효과가 유로존 전역에 고루 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기업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돈을 빌리는 반면 스페인, 이탈리아의 대다수 중소기업은 고금리로 대출을 받지 못하면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정책을 더 완화할 여지가 있다고 밝히고 자산유동화증권(ABS) 시장을 회복시켜 기업에 대한 대출이 활기를 찾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규제 기준을 충족하고자 유보금을 늘려야 하는 은행들은 ABS를 통해 신용 위험 일부를 다른 투자자에게 넘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독일 일간지 디 벨트는 8일 ECB가 남부 유럽 금융권에 부담을 덜어주고자 금융권으로부터 부실 자산을 사들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남부 유럽 은행들이 부실 대출을 덜어내면 대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디 벨트는 ECB 소식통을 인용해 ECB 정책위원회 내 과반수가 부실 자산 인수를 선호할 것으로 보이나 독일, 그리고 ECB 집행이사회의 몇몇 회원국이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ECB가 부실 자산을 사들이게 되면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상당한 위험을 안게 된다는 비판도 일 것으로 보인다. ECB가 실제로 배드뱅크 역할을 하게 될지, 그렇다면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미지수다. 다만 ECB가 보수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경제를 떠받치고자 여러 방법을 고민하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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