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가 지난 9일 인천 콤플렉스와 트레이딩 사업을 인적 분할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증권회사는 앞으로 전문 사업 부문을 분리해 신규 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됐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스핀오프(spin-off. 기업분할)가 기업에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비용 절감과 시너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 등을 위한 계열 합병만큼이나 여러 이유에서 분할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불경기 때에는 작지만, 의사결정을 빠르고 개발능력을 극대화하는 분할이 낫다고 조언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IB 업계는 13일 최근 수년간 합병이 많았으나 불경기에 대비하고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분할 수요도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규모의 경제ㆍ시너지ㆍ계열사 수 감소…'합병이 낫다' =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고 계열사 수를 줄여야 하는 대기업은 여전히 합병을 선호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2년간 공시기준 상장법인 합병 건수는 분할의 3배에 달했다.

최근에도 CJ CGV는 프리머스시네마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고 LG전자는 LG CNS로부터 자동차 부품설계와 엔지니어링을 담당하는 계열사 V-ENS를 인수한 후 합병키로 했다. 또, 증권시장에서는 현대제철과 하이스코의 합병설이 돌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포스코와 함께 가장 많은 계열사 수를 줄인 SK그룹은 현재도 SK C&C와 엔카네트워크, SK플래닛과 매드스마트의 합병을 진행 중이다. 올 2월에도 SK플래닛과 SK마케팅앤컴퍼니의 통합법인이 출범했고 SK플래닛과 로엔엔터테인먼트 합병설이 나와 한 차례 부인 공시가 나온 바 있다.

포스코도 오는 7월1일자로 성진지오텍의 포스코플랜텍 흡수합병을 예정해두고 있다.

롯데쇼핑-롯데미도파, 롯데쇼핑-롯데스퀘어, 롯데삼강-롯데후레쉬델리카, 롯데삼강-롯데햄, 호남석유화학-케이피케미칼 등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굵직한 합병을 이뤘던 롯데그룹은 인수시장의 큰 손임에도 계열사 수를 2011년 말 78개에서 올 3월 말 77개로 오히려 한 개 줄였다.

합병은 같은 계열 내 중복 투자를 줄이고 규모의 경제, 사업 연결에 따른 시너지 등을 꾀할 수 있다.

또, 대기업은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불거진 경제 민주화로 문어발식 경영이 비판을 받으면서 계열사 수를 줄여야 했고, 합병으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지적도 피하는 방법을 고심 중이다.



◇분할 수요도 증가…불경기에는 '분할' = 다만, 정부의 규제는 역으로 분할 수요를 늘리기도 한다.

국세청은 오는 7월부터 일정 요건의 내부거래의 대해 증여세를 부과할 방침이지만 지주사로 전환하면 과세를 피할 수 있다.

세법상으로는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수여법인(지배주주가 지주회사인 경우)이면 자회사와 손자회사, 증손회사는 특수관계법인(공여법인)에서 제외한다는 특례 조항이 있다. 이 조항으로 지주회사와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가 최대주주와의 특수관계에서 빠지면서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지주사 전환은 합병을 낳기도 하지만 구조상 분할도 이끌어낸다.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을 투자사업을 총괄하는 지주회사 '㈜한진칼홀딩스'와 항공운송사업의 '㈜대한항공' 체제로 분할키로 했고, 한솔그룹도 한솔제지와 한솔CSN 등 각 회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후 투자회사 간 합병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대기업집단에서는 계열 합병보다는 분할이 낫다는 진단도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대형 그룹에서 분사되는 기업에는 자금도 모인다"며 "대부분 모기업이 탄탄한 기반을 갖춘 데다 분사를 통해 집중적으로 사업을 키울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2년까지 대기업에서 분할된 80개 기업은 평균 5억달러 정도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렇게 분할된 기업들은 대부분 12개월 내에 47% 정도 성장했다. 모기업 성장률도 35%에 달했다. 이 기간 S&P500 기업 평균 성장률은 16%였다.

국내 IB 관계자는 "합병과 분할은 대상기업과 시장 상황, 사업의 성격 등에 따라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인 카드"라며 "최근 수년간 합병이 대세였지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분할로 작지만 빠른 의사결정으로 경쟁력으로 극대화해야 하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 등 경제민주화 이슈로 계열사 수를 줄이려는 대기업은 분할 선택에 상당히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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