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경력을 보면 겹치는 사항이 하나 있다. 2003년 '카드사태' 당시 LG카드 정상화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당시 재정경제부(옛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장으로 일하며 LG카드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의 이종휘 기업금융 담당 부행장, 이순우 기업금융단장과 손발을 맞춰 사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로부터 10년이 지난 올해, 이종휘 위원장이나 이순우 행장 중 한 명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된다면 또다시 신 위원장과 함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된다.

2003년 국내 최대의 신용카드사였던 LG카드의 유동성 위기가 소문으로만 돌다가 표면화됐다.

22조원의 카드채를 발행했고 자산 26조원, 회원 수 1천111만명에 달하는 LG카드가 부도 위기에 빠지자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일대 혼란이 일었다. LG와 채권은행은 부도위기 속에 피 말리는 협상에 나섰다.

LG측은 장부가로 10조4천억원 상당의 LG카드 매출채권과 구본무 회장이 보유한 LG와 LG카드, LG증권 주식, LG증권이 보유한 LG카드 지분 등을 채권단 지원의 대가로 내놓겠다고 제안했다. 채권단은 망해가는 회사와 대주주의 주식가치를 시가로 쳐주기는 어렵고 매출채권도 담보가치가 현저히 떨어진다며 이를 거부하고 구 회장 개인의 연대보증을 요구했다.

이때 LG측과 채권단간의 첨예한 대립을 풀고, 채권은행간 이견을 조율한 것이 우리은행 기업 금융 담당 임원이었던 이종휘 위원장(당시 부행장)과 이순우 행장(당시 기업금융단장)이었다.

이들은 LG카드 부실처리 방안을 놓고 8개 채권은행과 LG그룹 추가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중추 역할을 했다. 구 회장의 연대보증은 이끌어내지 못하며 LG에 양보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이에 대해 이 부행장은 "LG카드의 기업가치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시간이 많지 않았던 데다 시장 정상화 노력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이 얻어내는 것보다 기업을 살리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부실기업이 발생할 때마다 당시를 돌이키며 "2003년에는 더 어려운 일도 했기 때문에 충분히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주변에 말하곤 한다.

이들과 함께 금융당국에서 LG카드 정상화에 참여한 인물이 바로 신제윤 위원장(당시 재경부 금정과장)이었다. 신 위원장은 정부측 현장 반장을 맡아 LG측과 채권단에 "서로 양보하지 않을 경우 시장 혼란을 감당해낼 수 있느냐"며 중재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LG카드는 정상화에 성공하고 2006년 신한금융지주에 매각되며 채권단에 3조원대의 매각 차익을 안겼다.

또 이 위원장과 이 행장은 연일 진통을 겪었던 채권단 회의를 주재하고 수시로 밤샘작업을 하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김진표 당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차기 우리금융 회장 최종 후보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이들 중 한 명은 신 위원장과 또다시 우리금융 민영화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당시 LG카드 정상화 작업에 참여한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카드사태 극복을 함께한 만큼 신 위원장이 이 위원장과 이 행장에 대해 잘 알 것이다"며 "당시 이덕훈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가 우리은행장을 맡고 있었는데 신 위원장은 금융당국 수장으로, 이 대표와 이 위원장, 이 행장은 우리금융 회장 후보로 다시 만나게 된 것을 보면 묘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금융증권부 이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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