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달러화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달러의 가치를 유로와 엔 등 6개 통화에 비교해 지수화한 ICE 달러지수는 84.370을 기록해 2010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100엔을 뚫고 올라간 뒤에도 파죽지세다. 지난 주말 달러-엔은 103엔을 넘겨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롱포지션은 2012년 6월 이후 최대치다. 18일(이하 미국 현지시간) 美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자료를 살펴보면, 달러 롱포지션 규모는 304억달러로 직전 주의 246억달러보다 58억달러(23%)나 증가했다. 투자자들은 유로와 엔, 호주달러 등 메이저 통화를 팔고 美달러를 사는 투자전략을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유로화 숏포지션은 41% 늘어난 76억달러를 기록했고 엔 숏포지션은 3.8% 늘어난 108억달러를 나타냈다. 시세와 수급 등 여러 지표를 감안할 때 달러의 전성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글로벌 달러가 이처럼 상승세를 보인 것은 미국의 경제회복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올들어 나온 미국의 경제지표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고용과 소비, 주택 등 미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졌던 부분이 부활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주말 나온 미국의 경기선행지수와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는 모두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미국 경제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자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변화에 대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맞아 연준이 3차례에 걸쳐 쏟아부었던 달러 풀기 정책을 이제는 손 볼 때가 됐다는 것이다. 풀었던 돈을 회수하기(출구전략)에는 아직 이르니 달러를 방출하는 양을 줄이거나(taper talk), 달러 풀기를 멈추는 정도의 정책변화가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 내부에서도 양적완화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와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도 올여름에 자산매입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변화된 분위기 속에 이르면 6월께 연준이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결단을 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에 반대하는 연준 내의 의견(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새라 블룸 래스킨 Fed 이사)도 여전히 존재한다. 결국 벤 버냉키 Fed 의장의 선택이 달러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버냉키 의장은 22일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 출석해 통화정책과 관련한 의견을 피력할 예정이다.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한 그의 의중이 이번주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될 것이다. 같은 날 공개될 FOMC 회의록도 연준의 정책변화 의지를 감지할 수 있는 힌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이 이번 주 공개석상에서 연설할 인물들이 양적완화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중요한 변수다.

글로벌 달러의 상승은 원화 강세로 고민하는 우리 경제에 호재다. 그러나 달러 강세가 세계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제한된 호재가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달러-원보다 달러-엔이 더 가파르게 오른다면 우리 경제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달러-원보다 엔-원의 변화를 유심히 봐야 할 때다.

(국제경제부장)







<1,200원에서 1,080원대까지 떨어진 후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엔-원 일봉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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