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벤처기업 육성과 M&Aㆍ재투자 활성화 방안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이름으로 지난 15일 발표됐다.

이는 창업 단계에서 자금 공급 지원, 성장 단계에서 M&A시 세제 지원과 절차 간소화, 회수 단계에서 세제 지원 등으로 요약된다.

일단 벤처 육성부터 M&A, 재투자까지 선순환 구조를 위한 종합 방안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벤처업계 실상이나 요구를 비교적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되는 분위기지만, 의구심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수많은 방안이 나왔음에도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불신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벤처기업 관계자는 20일 대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에서 백약이 무효라고 자괴 섞인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B2B 사업으로는 벤처가 성장하기 어렵고 투자자도 소귀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안철수 의원도 과거 한 대학 특강에서 대기업에 납품해서 살아남은 벤처가 없다며 사업 초기에는 B2C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 부당 단가 인하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대기업의 거래 관행부터 바로잡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 이번 방안이 벤처 육성보다는 M&A 등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는 비판도 있다.

근본적으로 뛰어난 기술력의 벤처 창업이 많아야 M&A 활성화나 재투자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창업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정부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종합 방안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벤처 육성에 더 집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이하 스팩)가 잘되지 않는 이유도 성장성 있는 벤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상장된 스팩 7개 중 키움스팩1호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상장 후 2년이 지났지만 아직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스팩은 이번 대책에서 제외돼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

중소·벤처기업을 발굴해 M&A와 IPO를 활성화하고자 도입된 스팩이 안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시 M&A 지원 방안이 나왔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우호적 M&A로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의 대주주가 되는 경우 피인수기업의 계열사 편입을 3년 유예해준다는 방안에 대해 벤처 M&A가 활성화될 수는 있겠으나 대기업 종속을 심화시키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M&A나 재투자 지원 방안도 필요하나 기술 벤처를 창업하도록 유인하지 못한다면 이 방안도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은 셈이다.

다른 벤처기업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대학 내에서 우수 인력이 게임 개발에만 집중하고 학교 측도 권장하고 있다"며 "물론, 게임산업 발전도 중요하지만, 히트 게임 한 건으로 '대박'을 노리는 식으로는 벤처산업의 발전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제의 고른 성장을 위해서는 제조 기술벤처 육성이 필요한데, 단기 회수를 노린 자금보다는 장기 자금이 공급돼야 하고 대기업의 부당 단가 인하, 기술 탈취에 대한 방안이 먼저 나와 기술벤처 창업을 유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사의 한 스몰캡 담당자는 "그동안 방안이 없어서 벤처 활성화가 부진한 것은 아니다"며 "아무리 좋은 방안이라고 모럴해저드나 검증상 허점을 최소화하지 못하면 실패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벤처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 벤처의 정부와 대기업에 대한 불신을 없애지 못하면 당근책을 내놓아도 자금은 돌지 않고 창업은 다른 방향으로 간다"며 "종합 방안도 좋지만, 창업 여건부터 다지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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