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새로운 것을 만들 때면 시대와 같이 호흡하면서 딱 반발짝 정도만 앞선 감각으로 만들어야 한다. 너무 많이 나가면 소통에 어려움이 생기고 뒤처지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금융 상품도 마찬가지다.

2배라는 한발짝이 아닌 1.5배라는 딱 반발짝 앞선 레버리지로, 현재 투자자들이 열광하는 레버리지 시장을 키운 사람이 있다. 1조 펀드 대열에 합류하며 NH-CA자산운용의 대표 펀드로 'NH-CA 1.5배 레버리지 인덱스 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을 키워낸 서우석 AI&해외투자부문 본부장.

서 본부장은 20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과연 될까' 우려가 많던 레버리지 상품이 이렇게 성공할 줄 몰랐다"며 "2배가 아닌 1.5배여서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전세계적으로 이미 나온 상품이기 때문에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해외에서 불완전 판매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이해가 없다면 뿌리내릴 수 없는 상품이었습니다. 추적오차 문제도 있었고요. 이런 문제 때문에 겁내서 안하고 있던 이 레버리지 상품을, 우리가 조금 먼저 용기를 냈고, 급진적인 2배가 아닌 단계적인 1.5배를 썼기에 투자자들이 이해하고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해외에서는 2배 등 정수배를 쓰고, 1.5와 같은 점오배는 거의 쓰지 않는데, 1.5배를 캐릭터로 키워냈습니다"

지금은 펀드, ETF 할 것 없이 지수 상승보다 조금 더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로 북적이며 레버리지 시장이 일반적이됐지만, 2009년 6월 그가 1.5배 레버리지 펀드를 가지고 나올 때만해도 불완전 판매 등의 우려가 많았다. 이 상품은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최초의 레버리지 인덱스펀드다.

코스피200 종목 바스켓과 코스피200지수선물에 투자해, 코스피200 하루 등락률의 1.5배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것을 목표로 한 상품이다.

서 본부장은 "이미 주식형상품에서 1.3배 베타가 나와있어 1.5배는 과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지수가 낮았던 천운도 따랐다. 욕심 같아서는 레버리지 상품을 우리만 팔고 시장을 모두 가져오고 싶지만, 선구자적으로 시장을 열고 키웠다는데 자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응용통계학과 출신인 서 본부장은 이 상품을 내놓기 위해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했고, 추적오차를 줄이기 위해 설정, 해지 기준시간을 오후 1시로 정하는 파격을 감행했다. 3시면 인덱스펀드에는 치명적인 추적오차를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광이기도 한 그는 1.5배 레버리지 펀드 광고 문구를 차에 붙이고 다녀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는 "마케팅 차원도 있지만, 레버리지라는 게 자기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이 활용한다는 것인데 나도 1.5배 더 커보자, 성장해보자 이런 자기 암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출퇴근용인 경차에 붙은 1.5배 레버리지 펀드 스티커는 여의도의 유명세를 탔다. 그는 마니아층이 투텁다는 사브 동호회 발기인이기도 하다.

1973년생 본부장.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상품을 개발, 운용하고 자동차를 좋아하는 서 본부장의 이력에는 그러나, 의외로 채권이 많다. 상품을 개척한 것처럼 회사도 매번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1999년 SK증권 공채로 입사한 그는 지점 영업을 하다, 2000년 현대해상투자자문 창립 멤버로 들어갔다. 주식과 채권 매니저로 활약했고, 2003년 NH-CA자산운용 전신인 농협CA투신에 시작부터 합류해 채권매니저를 했다.

채권 경력을 깔고 파생을 하다보니 좋게 말하면 조심성이 있고, 나쁘게 말하면 보수성이 있다.

서 본부장은 "잘 짜여진 뭔가보다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며 "제가 초등학교는 4회, 중학교는 3회, 고등학교는 6회 졸업생일 정도로 신생학교만 다녔는데, 아무래도 운명(?)이 창립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 본부장은 "뭔가 만들어가는 회사에 들어갔기 때문에 28세부터 꽤 많은 자금의 운용과 매매를 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남은 인생도 1.5배 만큼 더 멋있게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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