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엔저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이 신음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수출업계 등 산업계 전반은 외환당국만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 달러화 강세와 엔저가 함께 진행되는 등 엔원 재정환율 하락세가 그나마 진정된데 안도할 뿐이다.

엔저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어떤 정치ㆍ 경제적 작동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경제 멘토로 예우하는 하마다 고이치(浜田宏一)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에 대한 무관심은 한국 금융인프라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하마다 교수는 지난해 말 발간된 '미국은 일본의 부활을 알고 있다(アメリカは日本??の復活を知っている )'는 저서를 통해 현재의 아베노믹스를 설계한 주인공이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올해 초 예산실장 시절 일본이 엔저를 통해 엄청 공격적으로 경제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하마다 교수의 저서를 일독하라고 주변에 권장했다. 일본 재경관 등을 통해 해당 서적을 받아 본 뒤 아베노믹스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큰 참고가 됐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의 교범으로 일컬어지는 해당 서적은 아직 우리나라 서점가에 번역본으로나오지도 않은 상태다.

하마다 교수는 이 저서를 통해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로 있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의 일본은행(BOJ) 총재 발탁을 천거했다. 아베 총리는 하마다 교수를 상당히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방미 기간 중에도 하마다 교수를 극비리에 만나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신의 한수,엔저'에 대해 개인교습을 받을 정도였다. 아베 총리는 하마다 교수의 훈수대로 일본은행 총재를 구로다로 교체했다.

실제 하마다 교수는 저서에서 자신의 촉망받던 제자였던 시라가와 전 일본은행 총재의 경질을 주장했다. 그는 시라가와 전 총재가잘못된 이론에 근거, 과감한 금융완화정책에 반대한다며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재 후보로 구로다 현 총재를 거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불충분한 금융정책의 결과이므로 과감한 양적완화정책을 추진,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고 엔저를 유도해 수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엔저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가 표면적으로 아베총리와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의 쌍두마차로 진행되는 듯 하지만 실질적으로 하마다 교수의 막후 지휘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하마다 교수가 저서의 제목을 통해 예언했듯이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은 일본의 엔저를 용인하는 듯 하다. G7 등 선진국들은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는 글로벌 경제에일본의 부활이 그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의 훈수 덕분에달러-엔 환율은 지난주 103엔대까지 기록하는 등 상승세다. 1월21일 아베총리 취임식 당시 달러-엔 환율은 89.68엔 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일본의 경제정책에서 보면 상상할 수 없는 혁명적 변화다. 외환시장과 채권시장 등 국내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그의 저서 요약본이라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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