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CJ그룹의 해외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면서 또 다시 대기업들의 부조리한 관행이 도마에 오르는 모습이다.

잊을만하면 다시 부상하는 비자금 조성이 끊이지 않는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지, 대책은 없는 것인지 의문마저 든다.

2003년 SK그룹, 2008년 삼성그룹, 2009년 효성그룹, 2011년 한화그룹 등의 사례를 비롯해 크고작은 국내외 비자금 조성에 대한 국세청과 검찰의 수사는 계속돼 왔다.

그간 주요 국세청 세무조사를 복기해 보면 대기업을 비롯해 불법 사채업자나 고소득 자영업자 등이 소득의 일부를 숨겨 비자금을 형성해 해외로 빼돌려 로비자금 등 특정 목적을 위해 사용하거나 자녀에게 물려주는 게 관행화 돼 있는 게 현실이다.

`비자금'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모르게 숨겨둔 돈'이다. 목적이야 여러가지겠지만 무역이나 계약 등의 기업활동 과정에서 관례적으로 발생하는 커미션이나 리베이트, 회계처리의 조작 등을 통한 부정한 돈이 대부분이다. 탈세는 기본이며 쓰이는 용도도 부적절하다. 그리고 이같은 자금을 대기업이 조성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비자금 조성에 가장 흔한 방법이 바로 해외에서의 비용 과다계상이나 해외법인이나 지사에 대한 이전가격 조작 방식이다.

이 비자금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돕기 위한 비용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정,관계에 뇌물로 빠져나가 지하경제를 조장한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대기업이 이렇게 해외에서 비자금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잦아지고 있다는 것은 통계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30대 재벌그룹이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에 국외법인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만한 하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2011년말 기준으로 조세피난처에 등록된 국내 기업의 페이퍼컴퍼니는 4천875개이며, 1970년대부터 2010년까지 한국에서 외국의 조세피난처로 이전된 자산이 7천790억달러(약 888조원)으로 세계 3위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세피난처로 지목한 44개 국가 또는 지역에 국내 30대 재벌그룹이 세운 외국법인은 47개로 파악됐고 숫자와 자금규모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편 이번 CJ그룹 수사의 사례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역할이었다. FIU는 CJ그룹의 수상한 해외 자금 흐름 내역을 포착하고 이를 검찰에 통보했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일명 'FIU법'에 따라 국세청이 불법금융거래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대기업의 부조리한 자금 조성을 제어할 방안이 됐다.

수사결과가 나와봐야 하겠지만 이번 수사는 한국 기업들이 여전히 어두운 행태를 지속하고 있음을 다시 확인 시켜준다. 정치권과 관료, 기업 오너의 유착으로 형성된 그들만의 권력 공유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서민들을 또한번 `울컥'하게 만드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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