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승승장구하던 아베노믹스가 암초를 만났다. 주가 폭락ㆍ국채금리 급등ㆍ환율상승 등 금융시장이 총체적인 불안에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국채시장이 불안에 빠진 것이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국채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지고, 국내총생산(GDP)의 250%대에 이르는 국가부채로 일본의 재정상환 능력은 부실하게 한다. 일본 국채를 쌓아둔 보험사와 은행 등 일본 금융기관의 회계장부도 덩달아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

국채시장에서 최근 투매가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 국채를 들고 있는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물량을 털기 때문이다. 국채 투매가 벌어지면서 서킷브레이커즈(일시적 매매중단)가 발동하고,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이 재연되는 사례가 많다. 매주 시행되는 일본 국채입찰에서 낙찰결과가 부진하게 나오면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 점진적으로 오르던 국채금리는 최근 상승폭이 가팔라졌다. 도요타 등 일부 기업들은 금리상승을 이유로 회사채 발행을 주저하고 있다. 채권시장의 불안이 금융시장은 물론 업계 전반에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2003년 6월 일본 국채시장에 나타났던 'VaR(Value-at-risk) 쇼크'가 재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VaR(Value-at-risk)는 정상적인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손실을 뜻하는 말로, VaR 쇼크는 금융변수가 예측가능한 영역을 벗어나게 되면서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현상을 뜻한다. 2003년 당시 일본 국채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국내외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투매했었다. 투매가 이어지며 눈덩이처럼 금리가 급등해 0.5%였던 10년물 금리가 무려 2.4%까지 급등했다. 당시는 일본 당국이 양적완화를 중단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금리가 급등했으나 지금은 일본 국채 자체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 차이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에도 VaR 쇼크로 인해 국채시장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3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국채 금리의 변동성이 커지게 되면 국채를 들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국채시장이 통제불능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최근 10년물 금리가 1%를 넘겼을 때 극대화돼서 나타났다.

BNP파리바는 "10년물 금리 1%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조만간 그 선을 테스트한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 그렇게 되면 매우 강력한 국채 베어마켓(약세장)이 시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은 시장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24일 금리 상승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22일에도 "금리상승을 중앙은행이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고 했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일본은행이 금리 통제력에 한계를 점을 인정한 것이라며 시장의 불안 심리가 커진 것은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아베노믹스에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으나 정부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하려면 제2의 Var 쇼크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야 한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아베노믹스의 축인 세 개의 화살은 부러지고 말 것이다. 첫번째 화살(공격적인 통화정책 완화)과 두번째 화살(재정정책 확대)는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 무용지물이 되는 화살이다. 세번째 화살(기업 구조개선을 통한 경제성장)은 두 개의 화살이 과녁에 명중해야 쏠 수 있는 화살이다. 경기회복 이전에 금리가 급등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되는 게 아베노믹스의 아킬레스건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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