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한국장학재단이 보유중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4.25%에 대한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주식을 팔겠다고 공표하고 나선지 딱 1년만이다.

그러나 원하는 가격에 보유 지분 모두를 제대로 팔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카드가 보유중인 에버랜드 지분 20.64% 가운데 17%를 주당 182만원에 총 7천739억원을 받고 KCC에 팔면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대폭 낮아진 탓이다.

재단이 특정 매수 주체를 상대로 한 매각 방식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을 고수해 매각에 나서려는 것도 이와 같은 사정을 감안한 것이다.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투자자에게 희망한 만큼의 에버랜드 주식을 팔겠다는 것이다.

재단은 매각 주관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내달 8일 오전 9시부터 9일 오후 5시까지 인수의향서를 받는다.

지난해 매각 공표 직후 재단은 주당 250만원은 받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 해왔지만, 실제 매각 가격은 182만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에 매각하는 지분이 경영권과 무관한 소수지분에 불과한데다 향후 기업공개(IPO) 가능성 등의 '당근'도 전혀 없고, 무엇보다 KCC가 인수한 가격이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어서다.

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놓인 기업이고, 지분 구조가 여전히 삼성 일가와 계열사에 대부분 분산돼 있다는 '희소성'이 유일한 투자 매력이라면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재단과 주관사가 이번 딜의 성공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부분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엇보다 이번 매각 입찰 대상에 개인 투자자를 포함시킨 것은 승부수다.

개인들도 에버랜드의 '희소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 흥행몰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당 가격 수준이 낮지 않고 최소 입찰수량이 5천주로 제한돼 있는 만큼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개인들은 소위 '큰손'으로 불리는 거액자산가가 될 공산이 크다.

재단과 주관사는 전체 매각 수량 10만6천149주 가운데 절반 이상을 큰손들이 가져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매각 공고 직전 약 한달간에 걸쳐 국내 증권사와 은행, 운용사 등을 상대로 사전 마케팅을 실시했더니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는 것이다.

딜에 관련된 한 관계자는 8일 "증권사와 은행의 신탁계정에서 큰손들을 모집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들이 많았다. 개인별로 2억∼3억원, 많게는 10억원 이상의 자금을 에버랜드 주식을 사는데 투자할 개인 자산가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도 거액 자산가들로 사모펀드를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곳도 있었다고 전했다.

연기금이나 금융사 등 일반 전문투자자들도 관심은 있으나 가격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쉽사리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삼성카드가 KCC에 팔고 남은 보유 지분 8.64% 가운데 5% 초과분을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4월까지 매각할 예정이라는 점도 투자자들의 판단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돈 있는' 강남 부자들로 대표되는 거액자산가 투자자들이 장학재단의 지분 매각 성패를 쥐고 있는 셈이다.

IB 업계의 관계자는 "총 거래가격만도 최소 2천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이를 모두 큰손들이 채워주기에는 버거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전문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매각때와 비교하면 한결 수월할 수는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거액 자산가들은 수익률이 그다지 높지 않더라도 안정적이고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을 선호한다. 에버랜드 주식도 그런 범주에 들어가는 자산이다"고 전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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