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서울 오피스빌딩 시장이 거품꺼진 아파트 시장을 닮아간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한 을지로의 프라임급 빌딩의 매각가가 3.3㎡당 2천450만원으로 지난 3월의 거래사례보다 100만원이 더 올랐다. 당시에도 거품논란이 있었는데 가격이 더 오른 셈이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거론되는 등 전세계 금융시장에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화두로 등장했다. 대규모 오피스공급으로 공실률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오피스 시장의 거품 논쟁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연합인포맥스는 서울 오피스시장의 공실률 급등과 투자수익률 저하 우려, 시공사에서 임차인이 된 건설사 사례 등 3회에 걸쳐 관련 내용을 살펴봤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기자 =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아파트시장과 다르게 해가 저물 줄 모르던 서울 오피스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잇단 대규모 오피스 신규 공급에 공실률이 급등하고, 임대료는 내리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30일 빌딩 전문업체 프라퍼트리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지역 연면적 3만3천㎡(1만평) 이상 빌딩 327동을 조사한 결과, 신규 오피스 공급 증가로 공실률이 무려 14.1%에 달했다. 대형 오피스 공급이 많았던 도심과 여의도는 각각 18.5%, 15.2%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강남지역은 8.7%를 기록,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신규 오피스 공급 증가는 실질 임대료를 떨어뜨렸다.

프라퍼트리는 서울지역 연면적 3만3천㎡이상 빌딩은 3.3㎡당 평균 월임대료가 8만~11만원에서 수년째 제자리걸음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당수 빌딩이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안 받는 '렌트 프리'를 주기 때문에 명목보다 10~32% 낮다고 밝혔다.

특히 근래 대형 빌딩이 집중적으로 공급된 도심과 여의도는 1년에 2~4개월 정도의 렌트 프리를 제공해, 이들 지역의 실질임대료는 명목대비 16~32% 정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실률 급등, 실질 임대료 급락은 모두 신규 공급이 수요에 비해 과도하기 때문이다.

다른 빌딩 전문업체인 서브원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서울에 총 면적 약 24만4천㎡, 8개 동의 신규 오피스가 시장에 공급됐다. 이는 작년 4분기 대비 약 395%나 폭증한 수준이다.

지난 분기 서울 중심인 중로에 스테이트 타워 광화문(4만991㎡)이 들어섰고, 아스테리움 서울(7만2천496㎡) 등 기타 지역에 14만2천㎡의 신규 공급이 있었다.

건설업계는 2분기에 순화동N타워와 잠실향군회관 A동 등 1분기보다 많은 35만여㎡의 오피스가 서울에 신규로 공급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오피스시장의 공실률이 급등하는 현 상황을 당분간 타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대규모 신규 공급이 지속되는 데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내릴 정도로 경기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오피스 시장이 거품이 꺼지며 수도권 아파트 시장을 닮아갈 것이라는 우려까지 고개를들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아직도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장진택 프라퍼트리 이사는 "길게는 2~3년간 현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며 "경기가 살아나거나 과거 벤처 열풍 같이 법인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지 않는다면 현재 대규모로 공급되는 물량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다만,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대체 투자 대상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 빌딩 매매가가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

부동산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오피스 시장은 연기금, 생보사때문에 여전히 수요가 많다 보니 매매가격이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며 "하지만 같은 지역내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면서 매수자들이 점점 신중해지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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