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부터 독해졌다는 얘기가 그룹 안팎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정기 인사철도 아닌데 계열사 CEO가 줄줄이 바뀌는가 하면 임원회의도 잦아졌다. 대한통운을 인수한 뒤로는 이 회장의 질책도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글로벌 CJ'를 목표로 해외 매출 비중을 확대하려는 이 회장이 임원들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독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대한통운을 놓고 삼성과 갈등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힘을 길러야겠다는 점을 절실히 느끼면서 이 회장의 스탠스가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진단도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그룹 내 인사는 수시 체제로 완전히 바뀌었다. 예측불허로 통하는 현대차그룹의 '정몽구식 인사'로 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5월 김홍창 CJ제일제당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6개월 만에 갑자기 사임한 것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CJ E&M의 게임 부문 남궁훈 대표가 지난해 6월 사임했다. 또 대한통운 인수전에 한창때인 같은 달 그룹 홍보실장(부사장)이 경질됐다.

44명이 승진하고 48명이 전보발령 및 외부영입된 지난해 10월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소재사업부문을 담당해온 총괄 임원을 전격 경질하는 한편, 경질했던 그룹 홍보실장을 CJ제일제당 미디어커뮤니케이션담당으로 복귀시켰다.

CJ CGV에서 근무하다 2007년에 그만둔 임원을 CJ제일제당 경영지원 실장으로 재임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기인사가 끝이 아니었다.

2010년 11월에서 취임하고 정기인사에서 연임된 CJ푸드빌 대표가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사임했다. 후임에는 CJ의 사업총괄을 담당하는 부사장이 영업총괄(COO)로 CJ푸드빌 대표 직무대행으로 발령났다. 두 인사 모두 의외의 결정이다.

지난달에는 서정 CJ오쇼핑 영업본부장 부사장이 CJ CGV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이처럼 잦은 임원 인사로 CJ 내부에서는 임원이 '파리 목숨'이라는 자조섞인 말도 들린다. 언제 누가 경질될지 모르는데다 신규 임원은 상당한 실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CJ 인사가 완전히 '정몽구식'으로 바뀌었다"며 "이후 계열별로 실적 스트레스가 상당하고 당연히 내부에서 볼멘소리가 자주 들린다"고 말했다.

또 그룹 임원회의도 잦아졌고 그만큼 이재현 회장의 질책도 늘어났다.

CJ그룹이 지난해 첫 '매출 20조 클럽'에 가입하고 올해 대한통운을 포함, 매출 목표를 27조7천억원으로 잡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이 회장의 독기는 여전하다는 전언이다.

이 회장은 사석에서 "사람이 삼류, 사류인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생각(욕심)마저 일류가 아니라면 문제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그룹 내부에서는 반성론도 있다. '햇반' 등 대히트상품도 이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등 그동안 CEO에 대해 임원진이 제대로 지원하지 못해왔다는 설명이다.

재계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글로벌 CJ 목표에 걸맞은 실적을 내기 위해 더 독하게 몰아치는 것 같다"며 "또 삼성에서 분리된 지 20년이 다가오는데 세계적인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조바심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scoop21@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